이호영 기자 eesoar@businesspost.co.kr2023-07-02 16: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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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라면제품에서 시작된 가격인하가 과자와 빵값에 이어 우윳값으로 확산 적용될 지 주목된다.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의 가격 인하 압박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어서다. 다만 올해 하반기 원유 기본가격이 역대 최대로 오를 전망이어서 우유 제품 가격 인하는 어렵고 시장상황 등을 반영해 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오는 8월부터 원유 가격이 역대 최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 도입으로 유업계가 기존의 인상폭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부처와 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유 가격은 원유 가격 연동제를 통해 유업계, 낙농업계 간 협상을 거쳐 8월 인상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5월26일 2022년 기준 리터당 우유 생산비가 지난해보다 116원(13.7%) 오른 959원이라고 발표했는데 낙농진흥회는 이를 기준으로 6월9일부터 원유 가격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는 원유 가격 인상폭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원유를 음용유용과 가공유용으로 이원화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도 올해 처음 적용된다.
올해 협상 인상폭은 마시는 음용유만 봐도 생산비 증가액 60~70% 수준인 69~104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흰 우유 등 마시는 음용유를 기준으로 리터당 1065~1100원 범위 내인데, 최저인 1065원으로 정해져도 지난해 996원에 비하면 69원이 오르는 것이다. 2018년 4원이던 인상폭은 2021년 21원, 지난해 49원으로 올해 최대가 된다.
유업계는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 당 49원으로 인상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인상폭을 키우며 우유 가격을 올려왔다. 앞서 6월3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2년 동안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의 3개사 우유 제품 가격 인상폭은 10.2~16.3%에 달한다.
2022년 원유 가격 상승률이 2.5%인 데 반해 서울우유는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을 4.7% 올렸다. 남양유업은 흰 우유 출고가를 4.8% 인상하는 등 원유 가격 상승에 비해 인상률은 2배 가까이 된다. 매일유업 경우 2022년 흰 우유 출고가를 2021년에 비해 8.6% 올리며 원유가 상승의 3배 이상 가격을 올렸다.
이처럼 원유 가격 인상률 대비 2~3배에 달하는 우유 가격 인상 움직임은 2023년 1분기에도 지속됐다. 2023년 1분기 원유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4.1% 늘었는데, 서울우유는 지난해에 비해 흰 우유 가격을 5.5% 올렸고 남양유업도 출고가를 9.9%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출고가를 7.7% 올렸다.
다만 올해 최대치 원유 가격 인상폭이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유업계의 인상폭 조정은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유업계가 흰 우유 가격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원유 가격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인상폭을 줄일 것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3가지가 꼽힌다.
6월부터 국제 밀가루 가격 안정화와 맞물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라면에서 시작해 제과제빵 등 식품업계 전반 확대되고 있다는 점, 올해부턴 생산비만 반영하던 기존 연동제와는 달리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시장 상황을 반영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은 유업계가 우유 가격 인상을 크게 올리는 명분을 약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원유 가격 인상 때마다 당연하듯 우유, 유제품 가격을 올리며 가격 인상 원인을 낙농가(생산비 연동)에 떠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제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국내 유제품 시장 축소, 낙농 시장 하락세 원인은 유가공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6월 12일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급증한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이런 유업계의 인상 보폭엔 제동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밀크플레이션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뿐 아니라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등 관련 식품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우유 가격 인상은 최근까지 가격 인하 릴레이를 거듭해온 제과제빵업계엔 또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이 되면서 유업계엔 물가 상승 주범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부담을 키운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