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씨에스윈드가 유럽에서 현지 생산능력을 앞세워 공급자 우위로 개편되는 해상풍력 기자재 시장에서 굳건한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은 생산시설의 현지 거점화 전략을 통해 각 지역별 수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 현재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에서부터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유럽 해상풍력 기자재 수요 증가에 따라 사업확대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0일 에너지시장조사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유럽 해상풍력시장에서 풍력발전기 타워를 비롯한 기자재 공급이 장기적으로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르웨이 에너지시장조사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y)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기에 적용되는 타워 수요가 2028년을 기점으로 생산능력을 크게 앞지르게 된다.
라이스타드에너지가 추산한 해상풍력발전타워에 쓰일 철강 수요는 2029년 170만 톤이 넘는다. 하지만 같은 해 생산능력은 많아야 약 1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수요의 70% 수준에 머물게 되는 셈이다.
유럽에서 이런 수급상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앞으로 2년 안에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데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데르 플뢰트르(Alexander Fløtre) 라이스타드에너지 부사장은 “글로벌 전력망에서 해상풍력의 중요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풍력발전기 크기가 커지고 타워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며 “타워 생산자들이 수요 상승이라는 좋은 기회(golden opportunity)를 맞았지만 유럽이 공급난을 피하려면 추가 증설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유럽연합이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비중확대 정책은 유럽 내 해상풍력타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의 중요한 근거로 꼽힌다.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45%까지 상향한다는 목표치를 정하고 목표 미달성 국가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연도별 감축목표까지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규제의 강도와 구체성이 높다.
이에 따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단지 건설에 적합한 해상풍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씨에스윈드의 유럽 현지 생산능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을 바라보며 선제적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거점을 마련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 씨에스윈드는 튀르키예와 포르투갈에 유럽 생산거점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베트남 공장도 유럽 내 수요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2018년 튀르키예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뒤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해 지난해 제2 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김성권 회장은 2022년 5월 튀르키예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이즈미르와 그 주변 지역이 생산을 위한 전략적 거점을 제공하고 있다”며 “세계 1위 풍력타워 제조업체로서 빠르게 증가하는 세계적 수요에 대응해 생산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21년 포르투갈 타워제조사인 ASM인더스트리 인수 결정을 내린 뒤 2022년 ASM인더스트리 주식 100%를 확보하며 유럽 내 생산역량을 보다 확대했다.
풍력발전타워 제조업은 숙련도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생산시설을 구축한 뒤에도 수율(양품비율) 정상화까지 다소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에스윈드의 유럽 내 생산기지들은 지난해까지도 수율이 적정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매출이나 수익성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해상풍력발전장치. <씨에스윈드>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율이 안정화되는 만큼 앞으로 유럽 내 생산거점이 본격적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되면 씨에스윈드의 유럽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경쟁사들은 당장 유럽 내 생산능력 확대를 꾀한다 해도 공장 건설 이후 수율 안정화까지 추가로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씨에스윈드가 유럽시장을 선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미국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라 풍력기자재업계에서도 북미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씨에스윈드에게 가장 큰 시장이다.
씨에스윈드의 지난해 지역별 매출현황을 보면 유럽 매출은 6279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매출(1조3787억 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2위인 미주(5132억 원)보다도 매출이 1천억 원 이상 많다.
올해 1분기에도 유럽 매출은 1749억 원으로 미주(1412억 원)를 뛰어 넘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 개발업체들과 풍력발전지 제조사들은 2025년부터 설치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대비해 기자재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능력과 운영능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씨에스윈드는 규모의 갖춘 선두업체로서 해상풍력시장의 고성장을 주도할 글로벌 기자재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