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사진 왼쪽)이 현지시각 26일 셈코마리타임 코펜하겐 사무소에서 해상 변전소용 변압기 및 기자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스틴 브뢰 셈코마리타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D현대일렉트릭 > |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일렉트릭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전력기기 수요 증가에 따라 다량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석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이래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이익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해왔는데 친환경 수요를 중심으로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성장을 향해 본격적으로 내달릴 수 있게 됐다.
29일 HD현대일렉트릭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기조 아래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을 세우면서 사업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과 유럽에서 전력기기를 잇따라 수주하며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7일 미국 엑셀에너지와 2136억 원 규모의 전력변압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단일 품목 기준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액수의 공급계약이다. 엑셀에너지(Xcel Energy)는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친환경 전력 공급망 전환에 앞장서는 회사로 꼽힌다.
하루 앞선 26일에는 덴마크 해상풍력기업 셈코마리타임(Semco Maritime)로부터 792억 원 규모 해상 변전소용 변압기·기자재를 수주하며 유럽 해상풍력 시장에도 첫 발을 내디뎠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일감을 따낸 미국과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50년 미국 내 에너지원별 설비용량 비중은 태양광 37%, 석유·천연가스 30%, 풍력 15%, 에너지저장장치 7%, 원자력 3%, 석탄 3% 비중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석유·천연가스 43%, 석탄 17%, 풍력 12%, 태양광 10%, 원자력8%)와 비교하면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이 상당 부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것이다.
여기에 급증하는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용량을 뒷받침할 에너지저장장치 용량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2030년까지 42.5%로 높이기로 합의함에 따라 유럽 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23년 전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연평균 9%씩 성장해 2025년에는 35%에 이르며 글로벌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은 HD현대일렉트릭의 사업구조와 접촉면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를 주력으로 하는데 전력 인프라를 구성하는 배전기기, 선박에 활용되는 회전기기 등도 취급한다. 친환경 에너지 도입이 늘어남에 따라 신규 수요가 창출될 여지가 많은 분야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도입이 늘어나면 HD현대일렉트릭이 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성장세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일관된 전력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한 설비에서 짧은 시간에 대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배분하는 중앙집중형 전원정책보다 분산돼 있는 발전소들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배분하는 분산형 전원정책에 더 적합하다. 분산형 전원정책은 적합한 전력기기뿐만 아니라 전력을 운용하고 설비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에너지솔루션까지 필요로 한다.
▲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 HD현대일렉트릭 > |
기존 주력사업인 전력기기 제조업은 발전사업의 미드스트림(중간 단계) 영역의 사업인데 에너지솔루션사업은 제품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관리하는 다운스트림(하부 단계) 영역인 만큼 에너지솔루션사업의 확대로 사업구조 다변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이익체력이 한결 강해졌다는 점은
조석 사장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확장을 가속화하는 데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이 HD현대일렉트릭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시기는 전력기기 수주가 줄어 경영난을 겪고 있던 2019년 말로 당시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 영업손실 1006억 원, 2019년 영업손실 1567억 원을 내며 위기에 빠져있었다.
조 사장은 과거 저가수주 물량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에 나섰고 이런 전략은 HD현대일렉트릭의 흑자기조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177.2% 급증한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조 사장은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을 펼치면서도 친환경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도 놓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조 사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해상풍력 분야 역량 확보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배경에는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 사장은 지난해 전력변환장치(PCS) 전문기업 플라스포를 인수하며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키워나갈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저장장치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력안정화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력변환장치는 교류 전기와 직류 전기를 바꾸는 것으로 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 장치다.
또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기업 GE리뉴어블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국내외 해상풍력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기반도 구축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일렉트릭 데이’에서 “3년 동안 회사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남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다”라며 “신사업을 확대해 전력기기 제조회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솔루션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름에 따라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한 친환경 전력망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을 면밀하게 살피며 추가 사업기회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