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수소 경제’에 가장 진심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현대차 못지않게 더욱 수소 에너지에 온 힘을 쏟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현대로템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인드라인(K-택소노미)는 환경부에서 기업의 사업이 과연 한국의 환경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가이드라인이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현대로템 전체 사업 매출의 48%, 거의 절반 정도가 K-택소노미에 부합한다.
또한 매출뿐 아니라 현대로템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투자의 K-택소노미 적합 비율 역시 45.6%에 이른다.
특히 현대로템의 연구개발 가운데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개발 과제가 바로 현대로템이 국책과제로 연구하고 있는 ‘수소전기트램’ 프로젝트다.
현대로템은 2022년 기준 전체 매출의 56.2%를 레일솔루션 부문에서, 33.5%를 디펜스솔루션 부문에서, 10.3%를 에코플랜트 부문에서 내고 있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레일솔루션 부문인데, 이 사업의 미래를 현대로템은 수소에서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소열차는 디젤열차의 대체제로 꼽힌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는 디젤 화물열차 퇴출 시기를 2027년으로 잡고 있다. 다시 말해, 2027년부터는 수소열차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디젤열차의 대체제는 자동차업계에서 내연기관차의 대체제와 똑같이 2차전지열차와 수소연료전지 열차가 있다. 그리고 자동차업계와 달리 열차업계에서는 2차전지 열차보다 수소연료전지 열차의 효용성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는 자동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훨씬 긴데 수소연료전지 열차는 2차전지 열차보다 주행거리 측면에서 우수하다.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다.
또한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가장 큰 단점인 인프라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열차는 정해진 선로를 따라 달리기 때문에 수소차 충전소처럼 전국 여기저기에 충전소를 구비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수소연료전지 열차 개발은 금방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저번에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이 방한했을 때 사우디의 디젤열차를 현대로템의 수소열차로 변경하는 논의를 진행해서 현대로템 주가가 확 오르는 일이 있었다. 실제로 이 ‘수소 열차’라는 사업 분야가 그냥 뜬구름 잡는 사업이 아닌 눈앞에 매출로 다가온 사업이라는 뜻이다.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 즉 방산사업은 전체 매출의 33.5%를 차지하는데 이 역시 수소와 관련이 깊은 사업이다.
현대로템이 방산에서 가장 주력으로 삼고 있는 상품은 바로 전차다. 그리고 수소연료전지는 전차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로 꼽힐만큼 중요한 의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추진체계를 기동무기체계에 적용하면 디젤엔진에 비해 월등히 낮은 소음을 통해 정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숙성 확보는 앞으로 스텔스 전차 등 전차를 다양한 형태로 운용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궤도바퀴가 달린 ‘전차’의 개념을 넘어 비행형 기동병기 등을 만드는데는 경량형 고강도 장갑과 함께 가벼운 수소연료전지가 거의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수소 에너지야말로 방산의 미래인 셈이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2023년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2023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차륜형 장갑차를 선보였다. 이 역시 2022년부터 진행한 국책과제의 일환이다.
자동차 시장만 보면 전기차에 밀려 그다지 실감나지 않지만 수소경제는 이미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일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수소 열차만 하더라도 이미 세계적으로는 어느정도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있다.
과연 다가오는 수소 시대에 현대로템이 모회사 현대차만큼의, 아니면 더 나아가 현대차를 넘어서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