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6월23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발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기업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뒷줄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인들도 적극 힘을 보탰다. 향후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공략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경제계 안팎에서는 24일까지 이뤄진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베트남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정에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하고 정상회담과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 비즈니스 포럼 일정 등을 소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그룹 대표를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대 경제단체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과 발을 맞췄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138곳 등도 경제사절단에 뽑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사절단 참여기업 공고를 내고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 가운데 교역과 투자 실적, 유망성, 미래 산업협력 성과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동남아 대표 경제 강국이자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베트남과의 경제협력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2022년 우리나라와 교역액이 877억 달러(약 114조 원)에 이른다. 중국과 미국에 이은 3대 교역국이다.
윤 대통령도 이번 베트남 방문의 가장 큰 목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지원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서 제품 수출과 수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만사를 제폐(除廢·돌보지 않고 제쳐 놓음)하고 발 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2030년까지 양국의 교역액을 1500억 달러(약 195조 원)까지 늘리기 위해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는 투자와 기술협력에 관한 111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역대 대통령 순방 성과 중 최대 규모였다.
방산, 소비재, 헬스케어, 식품 분야에서 54건의 MOU가 체결됐으며 전기차, 첨단산업 관련 기술협력 MOU 28건, 핵심광물, 온실가스 감축 등 공급망·미래협력을 위한 MOU가 29건이었다.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는 우리 경제사절단을 포함해 한국 정부와 기업인 300여 명, 베트남 정부 및 기업인 300여 명 등 모두 600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다. 특히 베트남 정부에서도 총리를 비롯해 기획투자부, 산업무역부, 농업농촌개발부, 외교부 등 13개 부처 장·차관이 총출동하여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포럼에서 "무엇보다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양국간 무역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소비재, 플랜트,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수평적 협업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같은 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응웬 찌 중(Nguyen Chi Dung)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은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베트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경협증진자금(EDPF)을 통한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과 경협증진자금은 모두 개도국의 경제·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도국 정부에 장기·저리의 양허적 조건으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베트남의 고속철·경전철·메트로 등 고부가가치 인프라 사업을 EDCF·EDPF 복합금융으로 추진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진출기반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철도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각종 철도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도 베트남 산업부와 '코리아 플러스 인 베트남 및 베트남 플러스 인 코리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국 산업공동위원회를 통해 교역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양국 기업 사이 협력과제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베트남 천연환경자원부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가운데 국외 감축 분야의 양자 간 협력 기반을 담은 한-베 파리협정 제6조 이행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해 국내 에너지기업의 베트남 진출 물꼬를 텄다.
박민식 두산에너빌리티 베트남 지점장은 비즈니스포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역시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최근 발표된 국가전력개발계획(PDP 8)을 중심으로 기존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재편을 도모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고효율 해상풍력발전 기술과 수소·암모니아혼소·바이오매스 등 친환경연료 전환 기술을 통해 베트남의 넷제로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2일 베트남 현지에서 수출·투자 박람회를 열고 △제조·전력·플랜트인프라(24개사) △ICT·스마트팜·문화콘텐츠 등 신기술(27개사) △프리미엄·필수 소비재(21개사) △농수산식품(18개사) △의료·바이오(10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과 베트남 바이어들의 상담을 도왔다.
이를 통해 5600만 달러(약 727억 원) 규모의 계약추진과 1억1000만 달러(1428억 원) 규모 상담 성과를 냈다.
기업인들도 이번 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를 계기로 베트남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하노이에서 펼쳐진 ‘한-베트남 파트너십 박람회’에서 LG의 미래컨셉트카인 ‘LG 옴니팟(OMNIPOD)’ 등 주요 전시작을 선보이며 베트남 시장 공략 의지를 보였다. LG옴니팟은 LG전자의 최첨단 전장, 가전,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를 개인 사무공간으로 활용가능하도록 해주는 미래 자율주행차 모델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식품업체 오너로는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22일 베트남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Food 페스티벌’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삼양식품의 부스를 직접 들러 대표상품인 불닭복음면 등을 홍보했다. 삼양식품은 2022년 베트남에 약 100억 원을 수출했는데 올해 베트남 수출액 목표를 2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CJ제일제당도 조영석 CJ제일제당 부사장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의지를 보였다. CJ제일제당은 K-푸드 페스티벌에서 '푸드트럭' 콘셉트로 비비고 제품 등을 선보였고 만두, 떡볶이, 김치 등을 시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방산업계에서도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베트남 정부에 무기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22일 베트남 국영 뉴스통신(VN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베트남과 해양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5~7년간 약 2조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는데 그동안 베트남 군 무기의 약 80%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무기 구매 비중을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직접 영업활동을 펼쳤다. 베트남 정부의 군용헬기 교체사업과 관련해 수리온(KUH-1) 헬기 최초 수출 등 주요 제품 판매 기회를 열기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베트남은 군용헬기 뿐 아니라 소방·경찰 노후헬기 교체 수요가 높다고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K9 자주포의 베트남 수출기회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신형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이 이번 베트남 방문에 동행해 방산 수출 영업을 펼쳤다.
판 반 쟝 베트남 국방장관이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을 만나 방산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 육군 부대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둘러보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