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산업은행 본점 이전 계획에서 기류 변화가 포착된다.
강 회장이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하는 이전 계획을 세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어 산업은행의 일부 기능을 서울에 남겨둔 채 부산 이전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산업은행 본점의 일부 기능을 서울에 남겨둔 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묘책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 KDB산업은행>
다만 부산광역시가 산업은행의 완전한 이전을 원하고 있고 산업은행 노동조합에서는 일부 기능의 잔류를 이전 반대를 강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어 본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25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6월 말에 ‘국정과제인 산은 지방이전 추진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발표한다.
산업은행은 올해 2월부터 정부의 산업은행 지방이전 정책 추진에 따른 정책금융 역량을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용역을 진행해왔다.
산업은행은 이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이전 규모와 범위, 비용, 시기, 비용 조달방안 등을 담은 이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번 컨설팅이 일부 기능을 서울에 남겨두고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강 회장이 산업은행의 기능을 부산으로 전부 옮기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강 회장은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을 전부 이전하는 방안부터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이전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방안이 검토 대상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이날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하고 이전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일부 기능의 서울 잔류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산업은행 기능을 서울에 일부 남겨두는 방안은 강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묘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발행실 등의 일부 부서를 서울에 남겨 경쟁력 훼손을 방지하고 이외 부서는 부산으로 이전해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과제인 본점 이전을 수행했다는 성과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인데 부산으로 이러한 기능이 옮겨갈 경우 채권 구매자가 서울 여의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조달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운용역의 충원 문제와 부진한 수익률을 이유로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다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강 회장이 산업은행의 일부 기능을 서울에 남기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전 이후 본점 건물의 활용 방법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들이 여의도 건물에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다”고 말해 일부 기능의 잔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은 일부 기능의 서울 잔류를 추진할 경우 이전 반대 주장하는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산업은행 노조의 이전반대 집회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일부 기능의 서울 잔류는 산업은행 본점을 유치한 부산시에서 원하는 이전 방식이 아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는 단순히 공공기관 차원이 아닌 새로운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정책금융 기능을 제대로 하는 형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9일 부산시청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정책간담회를 열어 산업은행의 모든 기능이 부산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일부 기능의 서울 잔류는 결국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는 산업은행의 이전으로 금융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해왔는데 일부 기능의 서울 잔류는 강 회장이 이러한 경쟁력 훼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도권과 부산을 2개의 날개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면서도 산업은행을 100% 부산으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주장을 되풀이한다”며 “막무가내로 이전하게 된다면 그 피해와 손실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