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CGV가 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시도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CJCGV에 전폭적 지원을 결정한 배경에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CGV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1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통해 주력사업인 영화관사업의 수익 구조를 혁신하고 이와 별개로 ‘CGV만의 콘텐츠’를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20일 CJCGV가 1조 원이 넘는 자본확충계획을 발표한 것은 CJ그룹 차원에서 CJCGV를 향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CJCGV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5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유상증자는 우선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주주배정 이후 남은 실권주는 일반에 공모된다.
CJ는 이 유상증자에 600억 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했다. CJ가 CJCGV의 지분을 절반 가까이 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자 참여 규모는 작은 편이다.
다만 CJ는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일부를 CJCGV에 출자한다. 약 45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넘기는 것으로 예정됐다.
이 계획대로라면 CJCGV는 모두 1조200억 원가량의 자본을 확충하게 된다. 이 가운데 CJ가 지원하는 자본 규모는 유상증자 600억 원과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00억 원을 더한 5100억 원이다.
CJ그룹의 이번 움직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CGV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의미로 읽힌다.
CJCGV는 코로나19로 영화관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3년 동안 부진했다.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2020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조8천억 원의 자금을 채권담보부증권, 신종자본증권, 영구전환사채 발행 등 여러 재무적 수단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이는 CJCGV라는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CJCGV가 ‘진화’라는 얘기를 꺼낸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CJCGV는 이날 실적발표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기업설명 자료를 공개했다. CJCGV가 실적과 무관한 경영계획과 관련해 설명자료를 낸 것은 2017년 11월 러시아 관련 설명자료를 낸 뒤 5년 반 만이다.
CJCGV는 이 자료에서 ‘넥스트CGV’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 비전을 향해 빠르게 진화하려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구조를 강화해 총 차입금을 줄이고 이자비용을 감소시키면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이 회사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력도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CJCGV는 대대적 자본 확충을 기반으로 △기존사업 혁신(안정적 수익 기반 성장동력 극대화) △미래사업 진화(그룹 내 콘텐츠 및 정보기술(IT) 역량 집중) 등 2가지 전략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일반 상영관보다 고객들의 선호가 높은 것으로 확인된 기술관 및 프리미엄관 도입을 확대하고 4DX와 스크린X 등의 플랫폼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고 했다. 극장 매점의 운영방식을 변경하고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멀티플렉스 중심의 영화관 공간에 골프스튜디오와 스포츠바, 소규모공연장, 클라이밍짐 등을 결합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CJCGV가 밝힌 전략이다.
미래사업과 관련해서는 ‘CGV만의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이기로 했다.
CJENM, 티빙, 스튜디오드래곤 등 콘텐츠 관련 계열사뿐 아니라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차별화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CJCGV는 내다봤다.
CJCGV에 따르면 ‘CGV 온니 콘텐츠’ 매출은 2019년 4억 원에서 2022년 219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2027년에는 16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CJ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역량을 활용하면 ‘넥스트CGV’ 전략 실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하고 있다. 극장운영 첨단화와 광고사업 고도화 등에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CGV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CJ그룹 관계자는 “CJ의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한 자금수혈이 아니다”라며 “CJ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해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CJ그룹이 CJCGV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의미가 크지만 이번 결정에 한계가 적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본확충의 절반가량이 계열사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상증자 5700억 원 가운데 약 3800억 원을 채무상환 자금으로 쓰겠다고 해놨다는 점에서 실제로 CJCGV가 쓸 수 있는 돈이 1900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CJCGV는 시설자금으로 1천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900억 원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