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과 관련해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이사(사진)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롯데벤처스가 베트남 현지 법인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전 대표의 경제사절단 참여가 긍정적 효과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총괄하는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이사가 베트남에 간다.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하는 일정인데 외국계 벤처투자기업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벤처스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 대표의 경제사절단 동행은 롯데벤처스가 앞으로 베트남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도 긍정적 효과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베트남 경제사절단 참가 인사의 명단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다.
베트남 경제사절단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낸 모집 공고에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 가운데 교역과 투자 실적, 유망성, 미래 산업협력 성과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대기업 24곳,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138곳, 경제단체 및 협회조합 12곳, 공기업 3곳 등 모두 205곳이다.
대기업 24곳은 대부분 각 재벌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가, SK그룹에서는 SK가,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현대차가 참석하는 방식이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참석하며 롯데지주를 경제사절단 방문의 선봉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사절단에 롯데벤처스도 포함됐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대기업 24곳 가운데 각 그룹의 벤처투자를 총괄하는 회사가 참여하는 곳은 롯데벤처스가 유일하기도 하다. 롯데벤처스는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 경제사절단 파견 때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롯데그룹이 베트남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왔다는 점이 이번 경제사절단 방문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2021년 8월 롯데벤처스의 베트남 법인인 롯데벤처스베트남을 설립했다. 당시 기준으로 베트남 정부의 기업등록 발급 승인을 받은 외국계 벤처투자법인은 롯데벤처스가 최초였다.
롯데벤처스는 당시 베트남 진출의 의미를 놓고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베트남에 선제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나라다. 2016년 ‘창업 국가의 해’를 선포한 뒤 경제와 관련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베트남 국민의 평균 연령이 30세일 정도로 생산 가능 인구가 풍부한 데다 해외 유학파가 베트남으로 돌아와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도 꼽힌다.
롯데그룹은 국내 다른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눈독을 들이기 이전부터 베트남 정부 및 경제계와 네트워크를 다져온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부터 베트남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액셀러레이터)인 베트남실리콘밸리와 함께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롯데벤처스베트남을 설립하기 전에는 베트남 신선식품 유통사인 샤크마켓에 투자하기도 했다.
현재도 롯데벤처스베트남의 적극적 투자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벤처스베트남은 4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팁스투글로벌’의 데모데이 행사를 베트남실리콘밸리, 한국창업진흥원과 주관했다.
스타트업의 생태계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현지 투자 기회를 넓히고 주요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영민 대표의 이번 경제사절단 참여는 롯데벤처스가 향후 베트남에서 활약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운다면 한국에서도 인정받는 스타트업 투자 기관으로서 현지 스타트업계로부터도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벤처스는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그룹 소속의 다양한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1996년 롯데제과를 통해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재는 롯데GRS와 롯데쇼핑, 롯데컬처웍스 등 모두 20개의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데 이들이 30년 가까이 다져온 현지 네트워크가 롯데벤처스베트남의 투자에 기여하는 바는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 대표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롯데GRS와 롯데쇼핑, 롯데컬처웍스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계열사가 진출해 최소 5년 이상 현지에서 근무한 주재원들이 많다”며 “이들이 스타트업과 직접 1:1 멘토로 베트남 진출 전략을 조언하고 진출 이후에는 현지 법인장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영민 대표는 2020년부터 롯데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벤처투자와는 무관한 롯데그룹 내 유명한 ‘인사 전문가’였다.
그는 1992년 롯데쇼핑 정책본부 인사팀에 입사해 2013년 롯데인재개발원 인재경영연구소장, 2016년 롯데인재개발원 부원장, 2019년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을 맡았다.
학창 시절 고려대학교에 다닐 때도 철학과를 졸업한 뒤 경영대학원으로 진학해 인사조직을 전공했을 정도로 인사쪽에 밝은 인물이다. 인사혁신처 공무원교원 인사제도 혁신 자문위원을 맡은 이력도 있다.
그는 30년 가까이 맡아 온 인사 업무가 스타트업 육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운다.
전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육성과 인재 육성은 매우 관련이 높다”며 “5~6년 뒤의 환경을 예측하고 미래 환경에 적합한 인재와 회사를 육성하는 것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업무를 하면서 그룹의 식품, 유통, 화학, IT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그룹사가 영위하고 있는 산업에 관련된 투자를 집행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벤처스의 전신은 2016년 2월 출범한 롯데액셀러레이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가 망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을 찾으라”고 지시하면서 만들어졌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초기 자본금 150억 원 가운데 50억 원을 사재로 출연했을 정도로 스타트업 발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롯데벤처스의 지분은 2023년 5월 말 기준으로 신 회장 19.99%, 호텔롯데 39.97% 등 롯데그룹 측 59.96%이며 나머지 지분은 하나금융투자와 KB증권 등이 나눠 들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