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중국 게임사인 샨다게임즈와 PC온라인게임인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IP)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을 확실히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지적재산권을 보호받는 이정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한다.

◆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더 이상 끌려다닐 수 없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서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을 놓고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르의전설은 중국에서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은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중국에서 누적이용자 수가 2억 명을 넘었고 누적매출도 3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샨다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의 모기업으로 2001년부터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2를 유통(퍼블리싱)하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샨다게임즈가 PC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2의 중국 유통계약을 맺은 서비스회사(퍼블리셔)에 불과한데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샨다게임즈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협의없이 PC버전이 아닌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웹게임을 개발해 출시했고 저작권료(로열티)도 주지 않고 있다.

샨다게임즈는 2013년 미르의전설의 모바일게임인 ‘열혈전기’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중국 게임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해 총배상액 5100만 위안(88억 원)을 받기도 했다.

장현국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7월 말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인 ‘차이나조이2016’에서 “중국에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이 3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르의전설은 중요한 지적재산권인데 일부는 샨다게임즈가 소유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4월 샨다게임즈를 상대로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웹게임인 ‘전기패업’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중국에서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 사업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한다는 내용의 성명도 발표했고 중국 게임사 30여 곳에 샨다게임즈는 미르의전설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니 앞으로 저작권료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그러나 샨다게임즈는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의 경우 샨다게임즈와 액토즈소프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공동소유이며 10년 넘게 미르의전설2를 서비스해왔으니 미르의전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점적 운영권 및 저작권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중국 게임회사의 불법 지적재산권 사용에 제동걸릴까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이런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동안 중국에서 국내 게임의 지적재산권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에 대한 샨다게임즈의 침해를 인정받으면 다른 게임회사들도 그동안 침해받은 권리를 되찾고 앞으로 중국 게임회사와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중국 게임개발회사들이 중국에 국내 게임을 베끼거나 유사하게 만든 복제게임들을 연이어 출시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저작권법에는 게임에 대한 항목이 없어 국내 게임회사들은 소프트웨어와 음악, 그래픽 등 각 항목별로 침해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데 이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정부는 중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사전 자격심사제’를 도입해 해외 게임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기 까다롭게 만들었다. 국내 게임회사가 이 절차를 거치는 동안 중국 게임회사가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선점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결국 국내 게임회사들은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선점한 중국 게임회사들과 낮은 저작권료에 판권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법적 대응에서 승리할 경우 복제게임뿐 아니라 중국 유통회사들의  불법 지적재산권 활용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 유통회사들은 한국의 게임을 놓고 먼저 중국의 게임제작회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난 뒤 뒤늦게 한국 게임회사에 통보해 낮은 저작권료를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에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법적 대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국정부는 2014년 ‘사회신용체계구축’을 내세우며 저작권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둥법원은 4월 중국게임인 ‘기적신화’가 웹젠이 만든 ‘뮤 온라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중국에서 온라인게임을 ‘영화 유사작품’으로 인정한 첫 판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