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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왜 주말 아침부터 CJ제일제당 저격했나, 가격 결정권 '기싸움' 최고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6-11 1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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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왜 주말 아침부터 CJ제일제당 저격했나, 가격 결정권 '기싸움' 최고조
▲ 쿠팡이 CJ제일제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의 보도자료를 11일 발표했다. 가격 결정권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이 자료를 낸 배경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CJ제일제당을 정조준했다.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직매입해 팔지 않아도 쿠팡은 손해볼 것 없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며 해당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소중견기업이 대신 채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쿠팡이 CJ제일제당과 제품 납품 단가를 두고 반 년째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말 아침부터 CJ제일제당을 겨냥한 보도자료를 낸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1일 쿠팡이 보도자료를 통해 1~5월 즉석밥과 즉석국, 냉동만두 등의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중소중견기업들의 제품 판매량이 많게는 100배 이상 늘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은 사실상 CJ제일제당을 저격하는 의미로 여겨진다.

쿠팡은 이날 ‘공정하게 열린 온라인 매대의 힘,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중소기업 쿠팡서 빛 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쿠팡은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판매량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품 품목마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무수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전례 없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쿠팡이 직접 CJ제일제당을 거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식품 분야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회사가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쿠팡이 말한 ‘독과점 대기업’은 CJ제일제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쿠팡은 이 자료에서 '독과점 대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쿠팡은 "통상 시장 점유율이 높은 독과점 대기업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며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며 "이 행위는 경제학 이론(관리가격 가설)으로도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CJ제일제당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면서 이 기업의 독과점 행위가 그동안 소비자 편익 증가를 가로막고 있었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이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과 갈등해왔다는 사실은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 단가 협상에서 반 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에게 납품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CJ제일제당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대표 품목인 햇반과 비비고 제품을 쿠팡의 익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쿠팡 사용자들은 오직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가 올린 상품만 구매할 수 있다.

이 갈등은 ‘갑과 갑’의 싸움으로도 유명하다.

상품 가격은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의 협상 결과로 결정된다. 하지만 어느 쪽의 힘이 더 세냐에 따라 가격 결정권을 더 많이 가져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CJ제일제당과 같은 지배력을 가진 회사는 보통 유통업계와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성고객이 많다 보니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에게 높은 마진율을 요구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힘이 센 경우는 이와 반대다. 소비자와 많은 접점을 가진 유통업계가 판매 채널의 영향력을 앞세워 제조업체의 마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은 최종 가격 결정권을 놓고 유통업계 ‘갑’과 식품업계 ‘갑’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벌이는 싸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쿠팡이 사실상 CJ제일제당을 노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낸 것은 CJ제일제당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가격 협상이 평행선을 달려봐야 CJ제일제당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애초 쿠팡이 CJ제일제당 제품을 팔지 않게 되면 쿠팡의 손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들이 많았다. CJ제일제당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CJ제일제당 제품들이 빠진 빈자리를 중소중견기업 제품들이 메워가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CJ제일제당 입장에서 위험 신호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햇반 대신 중소기업의 즉석밥을 소비하고, 비비고 만두 대신 중견기업의 냉동만두를 사먹고 있다는 뜻은 CJ제일제당이 쿠팡이라는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실적 추세는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에 국내 식품사업 부문에서 매출 1조4056억 원을 냈다. 2022년 1분기보다 1.9% 후퇴한 것이다. 영업이익만 보면 국내외 통틀어 21%나 줄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놓고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판매량이 줄었으며 원가 부담이 가중돼 마진이 하락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게 된 영향도 수익 후퇴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쿠팡은 1분기에 매출 58억53만 달러, 영업이익 1억677만 달러를 냈다. 2022년 1분기보다 매출은 13% 늘었으며 흑자로 전환했다.

쿠팡이 식품 카테고리만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CJ제일제당에 대한 제품 발주 중단이 실적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왜 주말 아침부터 CJ제일제당 저격했나, 가격 결정권 '기싸움' 최고조
▲ 쿠팡이 '독과점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소중견기업 제품이 대신 채우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낸 것은 CJ제일제당 입장에서 위기 신호로 읽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이 경쟁력을 강화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CJ제일제당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CJ제일제당과 협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CJ제일제당의 수익은 줄어들겠지만 쿠팡은 다른 제품으로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쿠팡이 비단 CJ제일제당만을 염두에 두고 낸 보도자료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각 분야의 여러 제조업체에게 납품 단가 갈등을 벌여봐야 실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해당 업체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LG생활건강에 이어 CJ제일제당과도 갈등하고 있는 것은 결국 가격 결정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놓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라며 “쿠팡이 CJ제일제당을 겨냥해 낸 보도자료는 다른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쿠팡과 갈등해 얻을 실익이 없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같은 이유로 과거 LG생활건강과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LG생활건강이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LG생활건강은 세제와 샴푸, 바디워시, 기저귀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코카콜라와 같은 음료를 쿠팡에 납품해왔지만 쿠팡이 요구한 판매 단가 인하를 수용하지 않자 거래 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당했다.

하지만 쿠팡은 LG생활건강과 빚은 갈등의 본질은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견제하기 위한 공급가격 차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이 쿠팡 이외의 다른 유통채널에는 싼 가격에 공급하면서 쿠팡과 같은 신생 유통사에는 비싼 가격을 고수해 ‘유통업체 길들이기’를 했다는 것이 쿠팡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LG생활건강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판단하며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은 여태까지도 LG생활건강의 제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쿠팡 이외의 다른 유통사들과 협업을 강화하는 데 대응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납품이 중단된 뒤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협업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G마켓과 롯데온,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다양한 이커머스 채널과 손을 잡고 열고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브랜드데이’ 행사를 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CJ제일제당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들과 충분히 협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CJ제일제당에게 아쉬운 입장이 결코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을 수 있다.

다만 쿠팡도 CJ제일제당과 갈등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의 판매 증가율을 공개했을뿐 판매량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가 CJ제일제당 제품 판매를 대체할 정도였다면 판매량을 공개했겠지만 아직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 수치인 증가율만을 공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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