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 순천시에서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전라남도에서 산이 가장 많은 도시, 인구 28만 명이 사는 순천시에는 최근 두 달 사이 4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어지고 있다.
순천 도심과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까지 시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보기 위해서다. 이번 박람회는 2013년 뒤 10년 만에 유치한 국제적 행사다.
11일 순천시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현재 순천은 자동차가 달리던 아스팔트 위가 잔디광장이 됐고 시내 농경지는 화려한 꽃과 풀로 멋을 낸 경관정원으로 변신했다.
▲ 순천시 동천에 조성된 한국 최초의 테마 수상정원 '물 위의 정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순천시 도심하천인 동천에는 플로팅 공법을 이용한 ‘물 위의 정원’이 조성됐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어싱길’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어싱(earthing)’은 지구와 사람이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도시 전체가 정원입니다’라는 박람회 소개 문구가 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주제는 ‘정원에 삽니다’다.
10년 전 처음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순천만 보전을 위한 행사였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는 순천시 시민들의 일상생활 터전인 도심까지 포함되면서 박람회 규모가 10년 전보다 5배 커졌다. 도시 전체를 ‘대자연의 축소판’으로 만들었다고 순천시는 설명했다.
▲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잔디를 입혀 조성한 '그린아일랜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순천시는 1990년대 말 세계적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순천만 난개발을 막기 위해 생태벨트를 조성하면서 생태도시로 첫 걸음을 뗐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적 사례이자 녹색미래를 보여주는 정원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뚝섬유원지의 국가정원 지정 추진을 비롯한 ‘정원도시 서울’ 구상에 순천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5월 초 서울시 고위공무원단과 순천으로 내려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돌아봤다. 5월 말에는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순천시 혁신사례에 관한 특강을 했다.
이번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는 서울이 그리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이 배우려고 하는 녹색도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순천은 도시 전체를 생태도시, 정원도시로 만들어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다”며 “지역은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아 키우고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 균형발전 철학과 일치하는 도시”라고 높이 평가했다.
▲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주변 농경지에 조성된 경관정원 모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무엇보다 녹음의 계절을 맞아 도시 전체에서 파릇파릇한 풀과 나무, 꽃들이 햇살에 반짝이는 풍경을 보고 즐기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년 전보다 다채로운 공간과 행사들을 준비했다.
6월에도 순천시 도심의 오천그린광장에서 매주 주말 저녁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11일 7시30분에는 현악4중주의 ‘언덕 위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17일과 18일에는 각각 판소리공연과 클래식기타공연도 진행된다.
6월 마지막 주 주말에는 재즈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펫 페스타 행사가 마련됐다.
▲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재해시설인 저류지에 잔디를 입혀 조성한 오천그린광장.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오천그린광장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재해시설인 저류지에 잔디를 입혀 시민들의 문화광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1.2km 길이의 국내 최대 마로니에길과 오천언덕, 바닥분수, 어싱길 등이 조성돼 도심 속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천회전교차로에서 남문회전교차로에 이르는 1.03km의 잔디길 ‘그린아일랜드’도 장관이다. 그린아일랜드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오천그린광장, 시내하천인 동천을 초록색 잔디로 연결해준다.
원래 차가 달리던 아스팔트 도로의 변신이 흥미롭다.
도심에서 순천만습지까지 이어지는 길 주변 농경지는 화려한 꽃들을 품은 ‘논아트’, 경관정원으로 조성됐다. 동천에 복원한 국가정원뱃길에서 유람선을 타고 도심 속 자연경관들을 즐길 수 있다.
▲ 순천시 생태체험교육장과 동천제방 등에서 운영하는 '가든스테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생태체험교육장과 동천제방 등에서는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스테이’도 운영한다. 잔디와 나무와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는 정원에서 1박2일을 보낼 수 있다.
이밖에도 순천 도심에는 플로팅 공법을 이용해 물 위에 띄운 5개의 정원과 태양광 채광기술을 활용한 지하정원, 빙하정원 등 미래정원을 체험할 수 있는 ‘시크릿가든’ 등이 있다.
▲ 순천만국가정원에 조성된 스페인정원. 알함브라 궁전의 수로와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인 구엘공원의 타일벤치를 재현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이미 유명한 관광명소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한국을 포함 세계 12개 국가의 정원과 무궁화, 노을, 개울길, 철쭉, 장미정원부터 나무도감원, 약용식물원 등이 있는 21개의 테마정원을 볼 수 있다. 국가나 지자체, 기업, 작가가 참여해 만든 참여정원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순천만습지를 방문하면 순천만 갯벌 습지보호구역과 어싱길, 낭트정원 등을 즐길 수 있다. 낭트정원은 2009년 프랑스와 국제우호 교류사업의 하나로 조성한 곳이다. 이 곳에서는 프랑스의 전통 유물인 빨랫배와 장미정원 등을 볼 수 있다.
순천만 갯벌공연장에서는 11일 오후 3시부터 북청사자놀음 탈춤공연도 진행된다.
▲ 미래정원의 모습을 구현한 '시크릿가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
순천시는 앞서 2009년 세계적 멸종 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가 날아드는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순천만 인근을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설정하고 인근의 전봇대 282개를 뽑았다. 흑두루미가 전봇대의 전깃줄에 걸려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2015년에는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됐고 인구가 줄면서 쇠퇴한 원도심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변화에 힘을 실어왔다.
한 예로 순천시의 오래된 주거지역인 저전동 정원마을은 2018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들이 각자 집 마당을 정원으로 바꾸고 골목길 담장을 허물면서 이제는 특색 있는 정원 45여 곳을 품은 관광명소가 됐다.
이밖에도 현재 순천시에는 도심 곳곳에 시민들이 가꾼 한평정원, 도시정원, 마을정원, 텃밭정원, 공동체정원 등이 조성됐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31일까지 7개월 동안 계속된다. 입장권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인터파크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순천시는 이번 박람회에 외국인 32만 명을 포함 관람객 8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