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제4이통사를 선정한 뒤 5G 28G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처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해 신규사업자 선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이통3사 로고.
기존 이통3사로서는 새 경쟁자 진입에 따른 걱정을 한동안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신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업체를 향항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월 안으로 5G 28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할 제4이통사 모집 공고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제4이통사에 5G 28Ghz 일부 주파수 대역의 3년 독점 공급, 초기 주파수 할당대가 인하, 4천억 원 자금 지원, 세액공제율 상향, 5G 3.7Ghz 대역 주파수 추가 공급 등 파격적 유인책을 내놓았다.
제4이통사 후보군으로는 현재 쿠팡과 KB국민은행,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거론된다.
쿠팡은 이동통신3사의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쿠팡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운영하고 있어 제4이통사업자로 지정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미 알뜰폰 서비스를 하고 있고 있다. 아울러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로 기존 통신3사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다만 현재로선 제4이통사 선정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제4이통사 선정은 지난 10년 동안 모두 7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제4이통사 선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로 우선 5G 28GHz 기지국 구축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꼽힌다.
주파수는 고주파 대역일수록 직진성이 강하고 도달범위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28Ghz 대역 주파수의 도달 범위는 현재 5G 통신에서 쓰이는 3.4GHz의 10~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커버리지(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범위)를 달성하려고 해도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기존 이통3사는 모두 정부로부터 5G 28Ghz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은 바 있지만 LG유플러스와 KT는 지난해 12월23일에, SK텔레콤은 올해 5월31일에 주파수 할당 취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통보받았다. 통신3사가 정부가 요구한 5G 28Ghz 대역의 기지국 건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 박윤규 과학시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사진)이 2022년 11월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5G 28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수익 모델 발굴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존 4G와 전국망이 갖춰진 5G 3.4Ghz 대역으로 기존 통신 서비스는 별 차질 없이 제공되고 있어서다.
5G 28GHz 대역의 통신기술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4K 이상 고화질 콘텐츠 활성화되고 이를 촉진할 메타버스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킬러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진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2027년까지는 메타버스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전국 단위의 제4이통사가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이 제4이통사에 진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신규 진입하는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그리 쉽지 않다”며 “정부에서 파격적 혜택이 부여된다고 해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4이통사 물색에 난항을 겪으면서 기존 이통3사는 통신업 경쟁 격화와 관련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통3사는 알뜰폰 업체들의 공세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사까지 선정되면 독과점 구조가 더욱 흔들릴 여지가 컸다.
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을 보면 지난 4월 SK텔레콤의 가입자수 점유율은 39.6%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포인트 떨어졌다.
KT와 LG유플러스의 4월 가입자수 점유율은 21.9%, 20.7%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1.2%포인트, 0.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알뜰폰은 17.9%로 전년 동기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통3신사들은 상반기 내내 정부의 제4이통사 선정 같은 규제 이슈에 놓여 있었다"며 "하지만 이슈는 대체로 3분기 전에 대체로 마무리되고 경쟁구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4이통사 선정이 여의치 않아 이통3사가 안정적 영업구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제4이통사 선정이 쉽지 않은 만큼 독과점 해소와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정책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실적으로 제4이통사 선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알뜰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기간 연장, 합리적 가격 경쟁을 위한 도매대가 관련 고시 개정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