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곽재선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회장이 영업흑자 기조 안착을 위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에서 경쟁차종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량을 늘렸는데 소형SUV인 티볼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에서도 이런 전략이 통한다면 이익체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가 영업흑자 추세를 안착시키기 위해 ‘박리다매’ 전략을 펴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이날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는데 1.5가솔린 터보모델을 시작가 기준으로 기존보다 75만 원 인상한 2209만 원에 내놨다.
KG모빌리티는 기존 1.5가솔린 터보모델뿐 아니라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1.6가솔린 엔진을 추가하면서 가성비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가솔린 모델은 시작가가 1883만 원으로 르노코리아자동차의 XM3(1958만 원), 한국GM의 트랙스크로스오버(2052만 원)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형SUV 가운데 가장 싸다.
KG모빌리티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데는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해 영업흑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곽재선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을 크게 낮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은 KG모빌리티로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 전략으로 여겨진다.
KG모빌리티는 2015년 티볼리를 첫 출시한 이후 2016년 15만6천 대를 팔았고 그해 연간 영업이익 280억 원을 거두면서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토레스가 현재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단일 모델 인기만으로는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가성비 전략을 펼쳐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KG모빌리티는 올해 1분기 토레스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1조850억 원, 영업이익 94억 원을 거두면서 25개 분기 만에 분기 기준 흑자를 거뒀다.
같은 기간 토레스는 국내에서만 1만6852대 팔려 KG모빌리티의 전체 판매량(3만5113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미 국내 소형SUV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한국GM의 트랙스크로스오버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티볼리의 가성비 전략도 통할 가능성이 나온다.
3월 출시된 트랙스크로스오버는 시작가가 2052만 원으로 사전계약을 진행한 지 4일 만에 1만 건이 넘는 신청이 들어왔다. 그 뒤 4월에만 3072대 팔리면서 국내 소형SUV 시장에서 기아 셀토스와 현대자동차 코나에 이어 판매량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자동차업계에서 이번에 나온 티볼리의 경우 다른 소형SUV와 달리 외관 디자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판매 흥행을 이끌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소형SUV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2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해 다른 차급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소형SUV 라인업으로 베뉴와 코나를, 기아도 셀토스와 니로, 한국GM도 트랙스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더구나 트랙스크로스오버는 완전히 새로 나온 모델로 신차효과를 단단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4월30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의 KG모빌리티 비전테크데이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KG모빌리티가 기존 1.6디젤을 없앤 이후 이번에 1.6가솔린 모델을 통해 가성비 차종을 내놨다”며 “티볼리는 2015년 출시 이후 8년째 완전변경 모델이 없지만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량을 높인다면 토레스와 함께 KG모빌리티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가 대표적 중형과 소형 SUV 모델의 가성비 전략으로 이익체력을 높인다면 곽 회장이 추진하는 전기차를 비롯한 신사업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는 올해 11월 토레스 EVX, 2025년 1월 픽업 전기차(프로젝트명 O100)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전기버스업체 에디슨모터스 인수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현지 조립생산(KD)을 통해 수출을 늘리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4월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가진 '비전테크데이' 행사를 통해 "당분간 SUV 중심인 현재 전략을 이어가면서 능력에 맞게 현지에 맞는 다변화된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