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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시위 유혈진압에 한국노총도 등 돌려, 이정식 노정대화 상대 실종 위기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3-06-01 11: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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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마련되는 노사정 대화의 자리가 노정갈등 격화로 무산됐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간부가 경찰의 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정 관계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자 시위 유혈진압에 한국노총도 등 돌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839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정식</a> 노정대화 상대 실종 위기
▲ 6월1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찰 진압과정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며 노사정 간담회가 무산됐다. 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31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정상화 및 노동개혁 추진을 위해 한국노총과 관계 복원을 추진해 왔다. 이번 사태로 노동계 대화상대를 잃게 돼 정책동력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정치권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는 노사정이 함께 노동, 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마련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정부를 대표해 이정식 장관과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하고 노동계에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경영계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간담회를 하루 앞둔 5월31일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파업 현장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만남의 자리가 엎어졌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은 5월29일부터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도로를 막고 망루를 설치하는 등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은 금속노련의 파업이 불법집회 성격을 보이자 현장 해산에 나섰는데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논란이 됐다.

지상에서 농성하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5월30일 넘어진 상태에서 목이 짓눌리고 등 뒤로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이어 고공농성을 하고 있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5월31일 경찰봉에 맞아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노조가 도로 중앙선에 불법 건조물을 설치하고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거세다보니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설명했다. 뒷수갑 논란과 관련해선 피의자가 격렬히 저항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용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노총은 5월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하청업체 파업에서 일어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강력히 비판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6월1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어제와 오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노조 대규모 집회 등을 거치면서 윤석열 정부와 정면 대립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노동계 단체였는데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으로 한국노총마저 정부에 등을 돌렸다.

민주노총은 외환위기가 진행되던 1999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대정부 직접교섭을 선언하며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로 20년 동안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5월12일 열린 ‘노사정 사회적 대화’ 컨퍼런스에 대해 “'답정너'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를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하며 불참했으나 노동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한 사회적 대화 통로 자체는 유지해왔다.

이번 사태로 한국노총까지 돌아서면서 경사노위 정상화는 물론 최저임금위원회도 파행 위기에 처했다. 진압 대상이 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9명 가운데 1명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31일 공동성명을 통해 “김준영 위원은 그 누구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섰다”며 “최저임금노동자를 대변하는 김준영 노동자위원 석방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 시위 유혈진압에 한국노총도 등 돌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839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정식</a> 노정대화 상대 실종 위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10일 열린 한국노총 77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정식 장관은 26년 동안 한국노총에서 대변인, 정책본부장,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며 활약한 노동 전문가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추진을 위해 한국노총과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 장관은 3월10일 열린 한국노총 7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30여 년 동안 청춘을 바쳤고 지금도 여전히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노총과 그리고 여러 선후배님들 앞에서 장관으로서 축사를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자신과 한국노총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개혁이 ‘노동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노동계의 불만을 달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5월8일 고용노동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노사 관계에서 공정한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반칙과 특권을 배제한 노사 법치 확립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장관이 대화상대를 잃어버린 가운데 노정 대치 상황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노조 불법집회와 관련해 경찰에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은 이를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또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한국노총 금속노련 집회 과정에서 도로 중앙선에 망루를 설치하고 정글도, 석유통을 준비하는 등 정부에서 말하는 불법집회의 모습이 드러난 만큼 당정으로서는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상대로 노동계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한국노총이 불참한 5월12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 컨퍼런스’에 노동계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개별 노조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협의기구에 가깝다. 노사관계에서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노조 상급단체와는 그 성격과 책임 범위가 다르다는 한계를 지닌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정부의 노동개혁에 우호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윤석열 정부의 주69시간제 개편 논란 때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주69시간제 개편 논란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3월9일 입장문을 통해 주69시간 개편을 규탄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 왔던 국제사회의 계속적인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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