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5-24 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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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하지만 이 법안이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노란봉투법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를 향한 강경기조로 확고한 태세를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 노동조합의파업에 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5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 상정에 전해철 환노위원장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노조 불법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며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과 소통을 확대해 관계를 다지는 등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결에 전원 불참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 10명이 찬성했다. 환노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과 관련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고 사용자 인정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회사와 교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을 뼈대로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된 뒤 법안 내용을 비판하며 야권을 향해 입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은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준다”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누가 사용자인지 개념이 모호해 산업 현장의 극심한 갈등과 법률 분쟁의 폭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면 전투적 노사관계와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직회부에 앞서 노동조합의 불법시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명분을 쌓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 16일 펼쳐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집회를 해산을 하지 않은 채 이어가면서 퇴근길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지자 ‘불법시위’에 대응하겠다며 집시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추진과 집시법 개정은 직접적 연관성이 없으나 노조의 파업권을 더욱 보장해주려는 노란봉투법과 집단행동을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이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한 장관은 국민의 ‘선택’을 언급하며 집시법 개정 추진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불법집회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불법집회를 단호히 막고 책임을 묻는 정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오전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노란봉투법을 향한 우려를 전달하며 “노사 주체뿐 아니라 행정당국의 법 준수에 대통령의 뜻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대응으로 맞서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등 효과를 거뒀다. 23일국무회의에서도 민주노총 1박2일 집회가 서울도심을 마비시켰다고 비판하며 노조 집단행동에 강경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중소기업인들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약속하며 경제계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에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제단체들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나 간호법 제정안과 달리 노란봉투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부담이 한층 적다는 해석이 나온다.
농민이나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 법안과 달리 노란봉투법의 적용은 ‘노조’로 한정되는 데다 노조의 불법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앞선 두 법안은 윤 대통령의 태도가 후보시절과 달라졌다는 말도 나오지만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비판에서도 자유롭다.
반대로 야권은 정부여당이 ‘불법’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쌓아나가면서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하는 데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조의 시위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집시법 개정 반대까지 더해지면 자칫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이미지만 더욱 짙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여야와 노정, 노사 간 대립이 큰 만큼 본회의 통과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날 국회에서는 노란봉투법 본회의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노란봉투법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장과 환노위 위원들이 식사 자리를 가졌다”며 “그 때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것(노란봉투법)은 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오게 하는 법이니 여야 의원들이 더 심도 있게 논의를 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4월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제정안 처리를 위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표결처리하지 않음으로써 간호법 제정안 표결을 4월27일로 미룬 바 있다.
이날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오는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25일에 노란봉투법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