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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K금융 베트남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차화영 기자 chy@businesspost.co.kr 2023-05-2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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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 시장 개척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었는데 리오프닝과 맞물려 투자금융 글로벌 스탠다드 확보를 목표로 한 민관 협력이 시작됐다. 특히 정부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지원 사격에 나설 정도로 아세안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기업들이 아세안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함께 수교 50주년을 맞는 인도네시아, ‘포스트 중국’ 베트남,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캄보디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금융시장 성장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서의 국내 금융업계 활약상을 생생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베트남 글 싣는 순서
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② 신한베트남은행 강규원 “베트남 진출 30년, 현지화 전략 고도화 단계”
③ 우리은행 김범상지점장, 리테일 영토 확장에 분주
④ KB국민은행 김진선지점장 “올해 최우선 목표는 리스크 관리”
⑤ 하나은행 주진규지점장 “수익성과 성장성 놓치지 않을 것”
⑥ 미래에셋증권 강문경 “현지 지점 확대와 디지털화에 주력”
⑦ 한국투자증권 박원상 “목표는 톱티어, 플랫폼 인력 육성에 주력할 것”
⑧ 부산은행 박종관지점장 “성장에 목 마르다, 우량기업 공격영업”
⑨ 대구은행 진영훈지점장 “영업력 강화 ESG 두 토끼 챙긴다”

[다시뛰는 K금융 베트남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 베트남 호찌민 1군에 있는 고층빌딩에서 바라본 호찌민 전경.
[호찌민=비즈니스포스트] “앞에 보이는 건물은 제가 3년 전 호찌민에 왔을 때부터 건설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5월17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은 베트남을 소개할 때 고층 건물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마치 베트남을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사실처럼 건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베트남의 고층 건물들은 베트남이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금융사 주재원들은 베트남에 오고난 뒤 뭐가 가장 달라졌냐고 묻자 대부분 고층 건물이 들어선 것을 꼽았다. 

동시에 고층 건물은 앞으로 베트남이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 국내 금융사들의 공통 목표는 ‘현지화’, 하지만 현지기업 영업에는 한계

베트남 호찌민 시내를 잠깐만 둘러보면 짓다 만 고층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건설기업이 투자자금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건설이 중단된 사례도 있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진행되던 사업이 정치권 지형 변화에 영향을 받아 좌초된 일도 있다.

간신히 뼈대만 올린 고층 건물들은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바라보고 이곳으로 달려간 국내 금융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대신 말해준다.

완전히 열리지 않은 금융시장, 정치권력과 자본세력의 결탁 등이 과제로 남아 있는 베트남은 고객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금융사업을 벌이기에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국내 금융사들의 고민과 어려움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특히 은행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고객 범위를 한국기업에서 현지기업으로 확대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는 않아 보였다.

고층건물도 위로 올라가다 몇 년째 멈춰서는 마당에 국내 은행들은 현지기업 고객을 유치할 때 우량기업을 고르고 또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부도가 났을 때 한국처럼 경매가 빠르게 진행된다든지 하는 일이 없어 회수가 쉽지 않다. 담보나 신용이 조금이라도 부실한 곳에 돈을 빌려주는 일은 말 그대로 리스크가 어마어마하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현지기업으로 고객 확대를 꾀하는 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검증이 된 곳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땡볕에도 고객이 있는 곳으로 시시때때로 찾아가는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뛰는 K금융 베트남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다수 국내 은행 지점이 들어서 있는 베트남 호찌민 1군의 엠플라자 빌딩. 
◆ 베트남 ‘장밋빛 전망’은 옛말, 민낯 마주봐야

베트남은 빠른 성장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아세안 중에서도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여주는 곳이 베트남이다.

얼핏 보면 마냥 희망으로 가득한 것 같은데 정작 베트남에서 일하는 법인장을 비롯한 주재원들은 고민이 깊어 보였다. 

특히 그들은 올해 베트남 경제 전망을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저렴한 인건비, 해외기업에 개방성 등으로 한국기업에도 머지않아 중국을 대체할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지만 희망에 가려졌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제조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베트남에 진출하면서부터다.

국내 금융사들은 한국기업들의 금융 수요에 맞추어 베트남에 동반 진출했고 베트남과 한국기업의 성장과 함께 몸집도 빠르게 불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의 좋은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제조기업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금융사도 이전처럼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목표에서 ‘리스크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국내은행 호찌민지점장은 “어떤 은행 같은 경우는 본점에서 따로 성과 목표를 받지 않은 곳도 있다”며 “그만큼 국내에서도 베트남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베트남에 온 지 이제 3개월이 안 됐다는 김범상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장은 베트남 경기를 직원 채용 과정에서 몸소 느꼈다고 했다. 

그가 부임한 올해 1월에만 해도 은행 직원 1명을 채용할 때 3명 정도 지원자를 받았는데 최근에는 높은 역량을 갖춘 지원자가 몇십 명씩 몰린다고 했다.

실제 베트남은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 3%대의 경제성장률 보이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12년 동안 최저 수준이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올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속에서도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경기부양과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 등을 위한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다시뛰는 K금융 베트남①] 그래도 베트남,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하다
▲ 베트남 호찌민 1군의 도시 모습.
◆ 잠재력 측면에서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유효

물론 올해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베트남에 따라붙는 ‘포스트 차이나’ 수식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국내 금융사 법인장을 비롯한 주재원들은 바라봤다. 

베트남 경제가 워낙 세계경기에 민감하다 보니 올해 잠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직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일단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 등으로 사업 확대에 한계를 안고 있지만 베트남은 최근 인구 1억 명을 돌파했다. 여기다 인구 구조에서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베트남의 중위 연령은 ‘32세’다.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 베트남법인장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1만 달러 달성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이라며 베트남 주식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의 1인당 GDP는 4천 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디지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이나 젊은 층이 디지털 기기와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도 국내 금융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원상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장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는 “현재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플랫폼 전략이 유효할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황철오 신한베트남은행 부법인장은 “이전에는 베트남이 현금 중심이었는데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국가가 선포하고 사람들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디지털화가 필수라고 생각했다”며 “신한은행의 기술력과 경험을 접목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더운 것은 괜찮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생각보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번은 한 국내은행 지점장이 기자의 대답을 듣고는 슬며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 더 더울 때 오셨다면 주재원들이 베트남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더 잘 아실 수 있었을 텐데.”
  
멀리서 바라보는 베트남은 ‘장밋빛 전망’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국내 금융사 주재원들에게 베트남은 더운 날씨와도 싸워야 하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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