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CEO가 테슬라와 경쟁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테슬라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왼쪽)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시제품.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테슬라의 인공지능 로봇 ‘옵티머스’와 맞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는 테슬라의 시장 진입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두 기업으로 확실한 입지를 지켜낼 수 있도록 산업 분야에서 수요 확보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23일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에 따르면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는 테슬라의 로봇 기술 발전이 회사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을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언급하며 “테슬라를 비롯한 여러 로봇 전문업체의 등장이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로봇 시제품이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더욱 주목받도록 조명하고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러한 경쟁사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로봇산업이 더 활성화되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최근 투자자행사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이 움직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옵티머스 로봇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엉성한 완성도와 제한적인 움직임 등으로 상용화 시기가 아직 멀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이런 단점이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느린 속도와 비틀거리는 걸음 등으로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봇 시연 영상에 달린 댓글 가운데 ‘하체운동을 한 다음날 내 모습 같다’ 또는 ‘로봇에게 따라잡힐 일은 없겠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추천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시제품은 자유롭게 춤을 추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고 뛰어다니는 모습 등을 선보이면서 기술력에서 훨씬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인공지능 로봇은 종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과 비교 대상에 오른다”며 “일반 대중에게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시연 영상이 더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사업에서 목표로 두고 있는 지향점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3만 달러(약 3930만 원) 수준으로 판매해 다수의 가구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 반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산업용 로봇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렉은 그럼에도 두 기업이 결국에는 로봇시장에서 경쟁 상대로 놓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플레이터 CEO도 테슬라의 로봇이 초기에는 산업 현장에서 주로 활용될 것이라며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의 이점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현대차가 종합 모빌리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합병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공식 석상에서 로봇사업의 잠재력과 중요성을 앞세우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내놓았다.
플레이터 CEO 역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그룹을 등에 업고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하며 테슬라와 경쟁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데 의지를 보였다.
그는 “로봇시장 전반에 경쟁의 피가 흐르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며 “테슬라 덕분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하던 기술이 조명받으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