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5-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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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미국의 급진적 전동화 정책을 전기차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북미 전기차 생산기지 확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 데 이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2년 67%로 현재보다 10배 넘게 높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기아는 미국 전기차 판매 확대 정책을 전기차 선도 업체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북미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기아 멕시코 공장 전경. <기아>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멕시코 노에보레온주에 위치한 몬테레이 공장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증설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무엘 가르시아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아가 몬테레이 공장을 확장하고 2가지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한다"고 썼다.
이를 놓고 기아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내용이 결정된 바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기아는 2016년 9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연산 40만 대 규모의 몬테레이 공장을 준공해 K3와 리오(프라이드) 등 2가지 차종을 생산해왔다.
기아 멕시코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40만 대 규모로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다만 미국, 슬로바키아, 인도 등 다른 해외 공장은 올해 1분기 기준 가동률 97.3~101.9%로 풀가동하고 있는 반면 멕시코 공장 가동률은 70.8%에 그친다.
기아는 4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멕시코 공장은 생산능력 대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 IRA 대응이 가능한 지역인 만큼 신규 전기 차종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발등의 불' IRA에 대응하기 위해 기아는 북미 현지 전기차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IRA 시행으로 전기차를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기아는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아는 내년 하반기 대형 전기SUV EV9을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해 현재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생산라인 1개를 EV9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의 북미 자동차 생산공장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 2곳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애초 2025년으로 예정됐던 연산 30만 대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 시점을 내년 말로 앞당기는 데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HMGMA는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한다.
올해 기아의 미국(캐나다 포함) 전기차 판매 목표는 5만5천 대, 현대차와 합산 판매목표는 13만1천 대로 30만 대 규모 HMGMA가 완공되면 IRA에 따른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4월 완성차업체 별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이 1마일(약 1.6km) 주행할 때 배출하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2026년 186g에서 2032년 82g으로 56% 줄이도록 하는 탄소배출규제안을 발표해 기아는 전기차 비중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 기아 EV9.
이 규제안을 충족하려면 203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5.8%였는데 미국 정부는 10년 만에 이를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공격적 목표를 세운 셈이다.
기아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미국(캐나다 포함)에서 47만5천 대의 전기차를 팔아 미국 전체 판매 101만5천 대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을 47%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의 올해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치는 6%인데 미국 정부의 2030년 목표치인 60%를 달성하려면 기아가 전체 판매량 목표를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추가로 전기차 13만4천 대를 더 팔아야 한다.
기아는 미국의 급진적 전기차 전환 정책을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북미 전기차 생산능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 3위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 65%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다만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9%, 2021년 71%였던 것과 비교면 점차 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공격적 전기차 전환 정책은 공급 능력을 충분히 갖춘다면 테슬라를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에게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2030년 연간 16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4월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내놨던 목표치를 33% 끌어올린 것이다.
자국 전기차 생산 확대를 목표로한 IRA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탄소배출규제안 발표로 요동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확장하는 것이 기아의 중장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 달성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북미 지역에서 현지 전기차 생산 확대의 이점을 살려 2030년 47만여 대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1년 전 세운 2030년 목표치보다 51.6% 늘린 것이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공장에서 최대 5개 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지 배터리 생산 체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