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덕현 삼선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하는 전기차 산업에 올라타기 위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올해 들어 크게 높아졌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는 주력제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에 들어가는 MLCC로 고객선 다변화와 실적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삼성전기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와 종속기업의 비중이 41.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삼성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2019년 47.1%에 달했으나 고객사 다변화 노력으로 2020년 33.7%, 2021년 28.6%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해 32.3%로 높아진 뒤 올해 1분기 다시 40%대를 넘어섰다.
삼성전기 매출 가운데 MLCC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모바일제품에 주로 쓰인다. 장 사장은 MLCC 사업에서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비중을 높여가면서 고객사 다변화를 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MLCC 매출이 줄어 삼성전자 비중이 다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삼성전기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영업이익은 66%나 줄었다.
물론 하반기로 갈수록 IT산업 경기와 중국 스마트폰 생산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장 사장은 주력 MLCC와 관련해 자동차 산업으로 시야를 넓혀 고객사 다변화와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점유율 13%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2년 점유율 4%와 비교해 9%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이런 성장세는 글로벌 전장용 MLCC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41%, 이하 추정치)를 제외한 TDK(16%), 다이요유덴(13%), 야게오(14%)와 같은 톱5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도 전장용 MLCC를 확대하려는 장 사장의 경영전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T수요 둔화로 삼성전기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전장용 MLCC의 성장이 삼성전기의 실적 변동성을 낮춰줄 것이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 17일부터 열린 MLCC 해외고객 대상 ‘2023 SCC’ 행사에서 “전장용 MLCC라인업을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도 전장용 MLCC 분야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고객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 라인업 확보를 통해 공급능력을 강화하고 가파르게 성장하고있는 신생 전기차 업체 등에서 고객사를 유치해 전장시장 커버리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삼성전기가 최근 개발한 세계 최고용량의 전장용 MLCC 모습. <삼성전기> |
삼성전기는 최근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용량의 MLCC를 개발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전기차의 핵심장치인 전동화 시스템과 LED 램프에 활용된다.
전장용 MLCC는 모바일용 MLCC보다 가격이 10배 넘게 비싼 고부가제품이다. 스마트폰에는 1천~1200개 정도의 MLCC가 탑재되는 반면 전기차에는 1만5천~2만개의 MLCC가 탑재되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특히 전동화 시스템용 MLCC는 전장용 MLCC 중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에 들어가는 MLCC와 비교해 더 수익성이 좋은 제품군으로 꼽힌다.
MLCC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OPM)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장 사장이 고부가제품인 전장용 MLCC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 컴퍼넌트 사업부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15%로 2021년과 비교해 7%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기판 사업부의 경우 12%에서 22%로 크게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 IT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장 분야로 다각화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