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초기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아이오닉5가 최근 시행된 세제혜택을 발판 삼아 판매량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현대차>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차 세제혜택을 발판 삼아 판매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현지 생산을 시작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현지 정부의 정책에 올라타 일본차 일색인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4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세제 혜택을 시행한 뒤 현대차 아이오닉5와 중국 상하이GM우링(우링)의 에어EV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는 4월부터 자국부품 사용 비중(TKDN)이 40% 이상인 전기차를 대상으로 부가가치세(VAT)를 기존 11%에서 1%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5를 구매하면 모델에 따라 각각 6천만~7천만 루피아(약 550만~63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춘 완성차업체는 현대차와 중국 우링 등 단 2곳이며 TKDN 40%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 모델도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우링의 에어EV뿐이다.
이에 4월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량이 전달과 비교해 아이오닉5는 3배가량, 에어EV는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미국에서와는 정반대로 인도네시아에서 선제적으로 갖춘 전기차 현지생산 체제를 통해 초기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확실한 기회를 맞은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브카시 공장 건설에 힘입어 현지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1만431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판매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80.8%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3.7%를 보였다.
현대차는 2022년에는 전년보다 10배 넘게 늘어난 3만1965대를 현지에서 판매했다. 시장점유율도 2021년 0.3%에서 지난해 3.0%로 10배 뛰었다. 현지 공장 구축 뒤 판매량이 폭발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차들의 인도네시아 합산 점유율이 90%를 훌쩍 넘어서 현지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태동하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1분기(1~3월) 아이오닉5 1039대를 팔아 57.8% 점유율로 판매 1위에 올랐다. 2위는 지난해까지 현지 연간 전기차 판매 1위였던 우링 에어EV(539대)가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는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격적 전기차전환 정책에 힙입어 일본차 천하인 현지 자동차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텃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는 1960년대부터 현지 시장의 문을 두드린 현지화 전략이 첫손에 꼽힌다.
자동차 산업 관련 제조 기술이 부족했던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고 토요타는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고용을 창출하며 빠르게 시장을 키워갔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 2억7천만 명의 내수시장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생산량에서 모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차 지원 정책을 강화해 2025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를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로 채울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전기차 생계 구축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및 배터리업체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로 현지 진출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현지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50년 전 인도네시아 시장을 다지던 일본 완성차업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구나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한 친환경차 전략을 고수하면서 전기차 진출은 상대적으로 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토요타가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 첫 양산형 전기차 bz4x는 지난해 6월 출시 두 달도 되기 전에 부품 결함으로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태동기의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318대가 팔리는 데 그쳤던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전기차 생산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7월 토요타는 인도네시아에서 5년 동안 18억 달러를, 미쓰비시자동차는 3년 동안 6억7천만 달러를 투입해 현지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인도네시아 현지 전기차 공장 건설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준공 일정 등은 나오지 않아 본격적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는 현지 고객들의 대기 기간을 줄이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차 세제혜택 수혜를 늘리기 위해 아이오닉5 생산량을 기존보다 3배가량 많은 월 1천 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유준 현대차 인도네시아법인(HMID) 사장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더 많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인도네시아 현지 전기차 공장 건설이 완료될 때까지의 기간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선도업체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아이오닉5를 1만 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아이오닉5의 인도네시아 판매를 시작한 뒤 누적판매량은 약 3천 대다.
이지혁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관련 보고서에서 "동남아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 시장 점유율이 공고하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정면으로 경쟁하기 어렵다"며 "현지 소비자에 전기차의 선두 주자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