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의 인상폭을 놓고 정부와 여권 내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정치적 현안으로 점점 무게가 커지면서 주무장관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거취 문제로도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11일 정부와 여당은 이날 예정된 전기요금 관련 당정협의회를 취소한 뒤 아직 후속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창양 장관은 이날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기요금 인상 일정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12일 한국전력공사가 자구노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고 이어 조만간 정부에서 전기요금 조정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10일까지만 하더라도 2분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7원 인상으로 확정되는 분위기였으나 10일 오후 당정협의회가 전격 취소됐다.
2분기 전기요금은 3월 말에는 결정됐어야 할 사안임에도 2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는 현재까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늦춰지게 되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 논의까지 어려워지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는 셈이다.
2분기 전기요금이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국민의힘, 기획재정부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전력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kWh당 10원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기재부는 kWh당 7원 선으로 인상폭을 낮추려 한다.
국민의힘과 기재부가 전기요금의 인상폭을 되도록 낮추려는 주된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다.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데다가 계절적으로도 점점 기온이 오르면서 전력수요가 상승하는 때이므로 전기요금 인상이 대중에 더 크게 체감되는 시점인 만큼 전기요금 인상은 정부, 여당에 부정적 여론을 키울 수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 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만큼 곧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정권 내부의 이견은 산업부 장관의 거취 문제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을 하루 앞둔 9일에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처를 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놓고 관가에서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다음날인 10일 산업부에서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박일중 2차관이 경질되고 대통령실의 강경선 산업정책비서관이 그 자리로 이동했다.
산업부 2차관의 전격 교체는 대통령실 출신 차관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인사로 볼 수 있지만 이 장관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2년차를 맞은 데다 총선 준비를 위한 일부 장관의 당 복귀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일부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편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나오는 이 장관의 발언은 계속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의 발언과 엇박자가 나는 모양새다.
정책위 의장이 당의 정책 방향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인 만큼 박 의장은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조건은 자구노력”, “
정승일 한전 사장이 방만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 등 전기요금, 한전과 관련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이 장관은 “산업부가 전기요금 큰 방향을 결정한다”, “여당은 나름대로 정책에 의견을 줄 수 있는 위치”, “한전 사장 거취와 전기요금 인상은 별개” 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장관은 1985년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1999년에 산업자원부(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맡는 등 10년 넘게 산업부에서 일한 관료 출신이다.
2000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교수로 일했고 SK하이닉스 사외이사를 맡기도 해 민·관·학 두루 경험이 풍부하며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