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비리의혹에 휩싸이며 박차훈 중앙회장의 내부통제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횡령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 직장 내 갑질 등으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새마을금고는 여러 해결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중앙회가 잡음 진원지가 돼 박 회장은 창립 60주년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곤혹스런 상황이 됐다.
▲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비리의혹에 휩싸이며 박차훈 중앙회장의 내부통제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대체투자와 관련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지난 4월27일 새마을금고 중앙회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대체투자본부 기업금융부와 부동산 PF 부서 등을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차훈 회장은 검찰의 수사가 대체투자와 관련한 비리를 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대체투자는 박 회장이 취임뒤 새마을금고의 수익 확대를 위해 힘을 쏟아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취임 뒤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투자 등 대체투자를 강조해 왔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자산보다 위험이 높지만 수익도 큰 분야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대체투자를 통해 성과도 냈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투자 수익은 30% 이상 늘었고 기업금융 부분 사모펀드(PEF) 투자수익률은 8.4%를 웃돌았다.
이와 관련해 중앙회는 지난 3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유동성 축소를 대비해 주식 최소화 비중(1%)을 유지하고 대체투자 비중을 지난해 말 기준 30%까지 끌어올렸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우량투자자산 선점은 물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장기투자로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박 회장의 대체투자 육성 전략은 빛이 바래게 됐다.
문제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대체투자와 관련해 잡음이 발생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과거 관련 산업투자 경험이 전무한 신생회사와 특수관계로 의심되는 회사를 사모펀드 운용사로 선정해 의혹이 불거졌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1년 케이뱅크와 수원여객에 투자할 때 신생회사 MC파트너스와 토닉PE에 출자해준 이유가 무엇이냐”며 “통상적으로 이해상충은 배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류혁 대표가 있었던 아이스텀에 몰아뒀다는 말이 시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MC파트너스는 2019년 11월에 세워진 회사였지만 2021년 4월 새마을금고가 수원여객 경영권을 인수할 때 공동운용사로 선택됐고 토닉PE(전 아이스텀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투자부문 총괄임원인 류혁 신용공제대표의 전 직장이었던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그 동안 중앙회보다는 지역금고에서 발생했다.
올해는 대구지역 금고를 중심으로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제기돼 새마을금고는 이를 해명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시장에서 우려하던 ‘뱅크런’과 같은 극단적 상황은 피해갔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금고는 중앙회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인천 지역금고 한 이사장이 여직원에 “다 영글었네”라고 해 이를 성희롱으로 여긴 여직원이 중앙회에 신고했지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 것은 두 달 전인 3월이다.
금융사고도 벌어지고 있다. 9일에는 11년 동안 129억 원을 횡령한 강릉 지역금고 직원 둘이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달에는 서울지역금고 직원 두 명이 부동산PF 대출금을 지인이 세운 회사로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초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횡령과 배임 등)는 모두 85번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중앙회의 비리가 밝혀진다면 박 회장의 내부통제 능력도 의심받게 될 수 있다. 박 회장이 그동안 추진해 온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박 회장은 2019년 전국 지역본부에 흩어져 있던 검사인력을 통합해 금고감독위원회를 만들었다. 초대 금고감독위원장에 오승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선임하고 내부통제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4월 말에는 ‘MG BLUE WAVE(블루 웨이브)’라는 새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이 사업에 따라 ‘자랑스런 MG’와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뼈대로 관행과 자정, 인사 혁신 부문의 과제를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갈 계획을 세워뒀다.
▲ 새마을금고가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새로이 추진하는 'MG BLUE WAVE' 사업의 로고.
박 회장은 MG 블루웨이브 사업과 관련해 “올해를 창립 60주년이자 조직문화 혁신 원년의 해로 확립하겠다”며 “근본적 조직문화 혁신 물결을 이어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은 물론 구성원이 자랑스러워하고 고객이 신뢰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새마을금고에서 불거진 문제를 두고 직접적으로 발언한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가 마지막이다.
박 회장은 당시 “새마을금고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 점과 관련해 다시 한번 사과하겠다”며 “전국 3200개 금고의 직원과 이사장, 임원들에 집체교육을 통해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