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은행권은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불안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늘었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급 대출 규모가 지난주 급감했다”며 “취약은행들은 대부분 추려진 것으로 보이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추가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미국 은행권은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불안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3월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모습. <연합뉴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은행이 회사채를 담보로 자금을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인 프라이머리 크레딧(Primary credit) 대출규모가 738억6천만 달러(4월 마지막주)에서 지난주 53억5천만 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연준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3월 파산한 뒤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은행기간 대출프로그램(BTFP) 등을 통해 자금을 공급해 왔는데 이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민 연구원은 “프라이머리 크레딧 대출액은 SVB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며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취약은행은 추려진 것으로 보이고 약한 고리로 지목됐던 팩웨스트(Pacwest)은행도 건전성 양호 평가를 받으며 3거래일 동안 주가가 92.7% 올랐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형은행의 대출비중이 높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를 겪고 있어 은행권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 연구원은 “미국 3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보다 8% 내렸고 전체 사무실 공실률은 19%에 육박한다”며 “특히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상승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은행에 부담이다”고 바라봤다.
대출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점도 중소형 은행들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민 연구원은 “연준이 발표한 은행 대출 담당자 설문(SLOOS)을 보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개발과 담보대출 기준이 모두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준이 긴축으로 유동성을 거둬들이면서 시중은행의 예금이 줄고 있고 이것이 대출시장 경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