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대기업 오너는 임직원들보다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을까? |
[비즈니스포스트] 유통 대기업 오너는 임직원들보다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을까?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오프라인에 기반한 주요 유통 대기업뿐 아니라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유통기업에 이르기까지 오너와 임직원의 평균 연봉 차이가 수십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 DEF 14A를 통해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받은 보수를 공개했다.
DEF 14A는 회사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지닌 주주들에게 회사의 주요 안건을 알리며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공시하는 자료다. 회사의 지배구조와 보수 지급 현황 등이 담겨 있다.
김 의장은 2021년까지만 해도 기본 급여로 85만 달러를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기본 급여가 110만 달러로 인상됐다. 이는 쿠팡과 독립적인 이사들로만 구성된 보상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급여 이외에도 다른 복지 관련 보수를 더해 지난해 총 연봉으로 193만1296달러를 받았다. 2021년에 받았던 보수보다 34만3307달러 많다.
특이한 것은 쿠팡이 이번에 처음으로 김 의장과 쿠팡 임직원 평균 연봉의 차이를 공개한 것이다.
김 의장을 제외한 쿠팡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만8394달러였다. 김 의장이 받은 연봉은 이와 비교해 68배 많다.
김 의장이 일반 임직원보다 얼마나 더 많이 버는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상위원회가 CEO와 일반 직원의 급여 비율을 공개할 것을 검토하라고 조언한 데 따른 것이다.
오너와 임직원의 평균 보수 차이가 수십 배 이상 나는 것은 사실 쿠팡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다른 유통기업도 같은 상황이다.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격차가 가장 큰 대기업은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지난해 보수로 36억1500만 원을 받았다. 이마트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45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 부회장이 받은 보수는 80배가량 많은 것이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에서 임직원들보다 47배 많은 보수를 받았다.
정 총괄사장이 지난해 신세계에서 받은 연봉은 35억800만 원이었고 임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7400만 원이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부모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과 이 회장은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지난해 보수로 14억9900만 원, 31억8500만 원씩을 받았다. 부부가 맡은 보수 총액만 93억6800만 원이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가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받은 연봉만 따지면 모두 164억9100만 원이다. 1명당 평균 41억2275만 원을 받은 셈인데 이는 신세계 평균 연봉의 약 56배, 이마트 평균 연봉의 약 92배다.
오너와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 격차가 큰 것은 현대백화점그룹도 마찬가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해 현대백화점에서 받은 보수는 43억4900만 원이었다. 임직원 평균 보수 6600만 원의 66배가량이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현대백화점에서 2022년 연봉으로 17억500만 원을 받았다. 임직원 평균 연봉의 약 26배다.
유통업계의 맏형으로 꼽히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임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낮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2년에 롯데쇼핑에서 보수로 모두 17억4천만 원의 수령했다. 일반 임직원의 평균 급여가 5147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4배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이다.
주요 유통업계 오너 일가 가운데 신 회장보다 CEO/임금 비율이 낮은 인물은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유일하다.
오너와 임직원의 임금 격차 추세를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차이가 커졌지만 신세계그룹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연봉 격차는 2020년 28.4배에서 2021년 29.4배, 2022년 33.8배 등으로 벌어졌다.
정지선 회장과 현대백화점 임직원의 보수 차이 역시 2020년 58.8배에서 2021년 64.4배, 지난해 65.9배로 늘어났다.
반면
정용진 부회장과 이마트 임직원의 연봉 차이는 2020년 86.4배에서 2021년 90.5배로 커졌다가 지난해 80.3배로 줄었다.
정유경 총괄사장과 신세계 임직원의 보수 격차도 2020년 50.2배에서 2021년 51.0배로 높아졌다가 지난해 47.4배로 낮아졌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