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5-03 14: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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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피해자들과 야권의 강경한 요구에 여러 차례 방침을 고쳐가면서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핵심 요구사항인 '선 구제 후 회수'를 받아들이지 않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치 국면을 끝내기 위해선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와 담판에 나설지 주목된다.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이 여야 견해차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2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3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수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여당의 특별법안은 피해 주택이 경매나 공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권'을 주고 피해자가 낙찰 받았을 때 세금 감면 등 금융지원 혜택을 주는 내용이 뼈대다.
반면 야당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 매입기관이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여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자체를 먼저 보상해주는 ‘선 구제 후 회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고민은 동일하지만 지원방법에 차이가 있다”며 “정부여당안은 국가가 전세 사기를 당한 보증금 일부를 직접 주는 채권 매입은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토위 소속으로 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정부안의 우선매수권이나 우선 변제도 좋지만 두 가지를 가지고는 충분치 않다”며 “보증금 반환이라는 방법이 있으니 계속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의 의견 차이가 큰 만큼 국회 국토위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 협상으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법안을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선 구제 후 회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윤 원내대표의 대응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전세 사기를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다”며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을 정치복원의 시작점으로 삼기를 여당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각각 4월7일과 28일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안은 두 사람이 원내대표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협상테이블에 오르는 쟁점법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두 사람은 전날 회동에서 여야 간 이견이 확실한 쟁점 법안들은 일단 논의하지 않은 채 비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피해자들과 민주당, 정의당 등 야권의 요구가 일치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선 구제 후 회수’를 계속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앞서 야권의 지적에 두 차례나 전세사기 지원 대책에 관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매물의 공공매입은 안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월20일 국회 국토위에서 피해대상 매물의 공공매입을 요구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무슨 돈을 가지고 매입하느냐”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원 장관은 4월27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을 발표하면서 거주를 희망하는 피해자의 임차주택을 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매입해 임대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요건도 고쳤다.
정부의 특별법 원안에서는 전세사기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요건으로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가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사례 등 6가지를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피해자 선정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피해자들을 ‘선별’ 한다는 야당의 비판에 직면하자 1일 수정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수정안에서 우선 대상주택의 면적 요건을 삭제했다. 또 보증금의 ‘상당액’을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모든 경우를 포함하도록 해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피해자들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안상미 씨는 4월23일 KBS뉴스에 출연해 “은행의 부실채권,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는 정부가 세금으로 사고 있지 않느냐”며 “대기업의 피해에는 정부가 세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면서 왜 소액의 피해자들 보증금 지원에는 세금이 들어가면 안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