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파산으로 국내 은행주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권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은데다 국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으로 국내 은행권에 또다시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국내 은행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며 국내 은행권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일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1일 퍼스트리퍼블릭이 결국 파산했으며 미국 당국의 개입 아래 JP모건이 106억 달러에 인수하게 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3월에 발생한 미국 중소형 지방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사태에서 마지막으로 파산 위기에 놓여 있었다. 당시 미국 당국과 11개 대형은행들이 개입해 지원금을 수혈하며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퍼스트리퍼블릭이 4월24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예금액이 크게 줄었다고 밝히자 주가가 폭락했으며 뱅크런이 가속화됐다.
지난해 12월31일 1764억 달러에 이르던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은 올해 3월31일 1044억 달러로 40.8% 감소했다. 올해 3월16일 11개 미국 대형은행이 수혈한 300억 달러 지원금을 제외하면 실제 감소율은 57.82%에 이른다.
이에 4월24일 16달러에서 마감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4월28일 3.51달러까지 내린 뒤 거래가 중지됐다.
미국 당국과 대형 은행들이 ‘회생’시킨 은행마저 2달도 채 되지 않아 파산했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은 다시 충격에 빠졌다.
미국 밸리 내셔널 뱅코프(-19.72%), 시티즌스 그룹(-6.85%), PNC 그룹(-6.33%), US 뱅코프(-3.91%), 트뤼스트 그룹(-3.25%) 등 은행주 주가가 전날 크게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4월24일 퍼스트리퍼블릭의 실적발표 뒤 미국 은행권 위기가 다시 불거지며 국내 은행권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국내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음에도 지난주 국내 은행주는 1.4%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확대가 주가 상승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재개를 계기로 국내 은행주에 대한 주주환원 기대감이 높다”며 “글로벌 은행 위기가 국내 은행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4월21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의했다. 2019년에 지주사로 재출범한 뒤 처음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과 올해 현금배당을 합쳐 우리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도 4월27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주당 60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발표했으며 올해 총주주환원율도 31.5%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KB금융지주는 올해 2월 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데 이어 4월27일 1분기 배당금을 주당 510원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신한금융지주도 4월27일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하고 1분기 주당 525원의 보통주 배당금을 책정했다.
JB금융지주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조만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연구원은 “이에 은행주 단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미국 은행권 위기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은행주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도 미국 은행권 위기가 국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 연구원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사태 자체만으론 당장 추가적인 문제가 유발돼 새로운 위기 단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자금 유출은 이미 지난 분기에 인식되고 있었고 정부의 발 빠른 대처도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들의 수익 비중이 예금 사업에 치우쳐 있어 글로벌 은행위기의 영향으로부터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