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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스플레이 지원법' 검토? 중국의 삼성 LG 추격에 대응 필요 여론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5-02 15: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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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스플레이 지원법' 검토? 중국의 삼성 LG 추격에 대응 필요 여론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패널시장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BOE 디스플레이 제품 전시장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 디스플레이업체가 중국 경쟁사의 추격으로 올레드(OLED) 패널시장에서 지배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중국의 디스플레이 공급망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2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 기업들이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전 세계 반도체 물량의 대부분이 생산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의 공장 가동 중단과 물류 공급과잉 등 여파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 교수의 논평을 통해 이런 내용을 강조하며 이러한 공급망 차질 사태가 전 세계에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프렌드쇼어링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 동맹국 또는 교역 대상 국가를 통해 핵심 물자를 조달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한국 및 대만에서 첨단 시스템반도체를 대부분 수급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 교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거의 모든 물량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에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TV와 의료기기,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 등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제품인 만큼 공급망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교수는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주축이 되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언급하며 이들 기업도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고 바라봤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한국의 점유율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이 전 세계적인 변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디스플레이산업의 중심축은 일본에서 대만과 한국으로, 또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형 TV 등에 주로 쓰이는 LCD패널은 1990년대까지 샤프와 같은 일본 기업이 지배하고 있던 시장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 대만과 한국, 중국의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이후 중국 정부가 현지 디스플레이업체의 시설 투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물량 공세를 주도하면서 2024년에는 세계 LCD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7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 교수는 이러한 예측을 전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이후 대안으로 점찍은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올레드시장의 94%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었지만 2022년 들어 한국 점유율은 49%, 중국 점유율은 47%로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시 교수는 “한국의 디스플레이 시계바늘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다”며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기업들이 신기술에 해당하는 올레드에서도 정부 지원을 받아 공격적으로 생산 물량을 늘려 가격 경쟁을 주도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시장에서 빠르게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시 교수는 “한국 디스플레이업체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투자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디스플레이 지원법' 검토? 중국의 삼성 LG 추격에 대응 필요 여론
▲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바일박람회 MWC2023에서 공개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시장 이미지.
이러한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 변화는 미국과 같이 중국과 핵심 부품 공급망을 단절하려는 국가들에 특히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여러 산업에 핵심인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제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무역과 외교 관계에도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 교수는 지금의 상황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고 바라봤다. 여러 우방국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기업들의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협력 강화의 예시로 꼽힌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운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둔 디스플레이 공급망 관련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 기업이 중국 경쟁사에 뒤처지는 일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디스플레이 수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반도체 지원법과 유사한 ‘디스플레이 지원법’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검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반도체공장을 유치한 것과 같이 한국 디스플레이업체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를 통해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 교수는 유럽연합(EU)도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은 물론 자율주행차와 같은 차세대 산업에도 핵심 부품에 해당하는 만큼 갈수록 중요하게 인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교수는 “디스플레이 다음에는 구형 반도체 공정을 활용하는 레거시 반도체도 공급망 불안의 대상에 놓일 수 있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이 우방 국가의 상황을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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