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2023년 1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하며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체면을 세웠다.
하나금융그룹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국내 1등’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목표다.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은행만 업계 1등 자리를 차지했고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업계 1위는커녕 순이익이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1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취임한지 1개 분기만에 이뤄낸 성과다.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들이 업계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룹 목표 달성을 위한 항해에서 하나은행이 버팀목 노릇을 해야 하는 만큼 이 행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9707억 원을 거두면서 은행 순이익 순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린 데 이어 1분기에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분기 각각 9315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하나은행의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859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수성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강조하고 각 계열사에 업계 최고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함 회장 스스로도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두고 ‘많은 이들이 비웃었을지도 모른다’고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데 하나은행이 당당하게 은행권 1위를 차지하며 함 회장의 목표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그룹 내 14곳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는 대신 더 늦기 전에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또 올해 들어 계열사 대표들에게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하나은행을 뺀 계열사들이 1분기 부진한 실적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하나은행의 ‘1등 성적표’는 의미가 남다르다.
하나증권과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 등 6곳 계열사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1909억 원으로 2022년 1분기(2975억 원)와 비교해 35.8% 감소했다.
다만 하나은행의 1분기 ‘리딩뱅크’ 수성을 두고 ‘진정한 승리’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이 행장은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1분기에 순이익 기준으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앞섰지만 영업규모 등에서는 여전히 두 곳 은행에 미치지 못한 만큼 이 부문에서 먼저 두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일단 원화대출금 규모가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이 326조7천억 원, 하나은행이 274조4천억 원으로 52조 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규모도 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보다 작다. 하나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각각 2조5억 원, 3138억 원이고 KB국민은행이 이자이익 2조3474억 원, 비이자이익 3424억 원이다.
이 행장은 함 회장의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 목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진정한 1등’으로 거듭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장은 취임하면서 경영 목표로 ‘국내 리딩뱅크, 아시아 1등 글로벌 은행’을 제시했다. 2월 하나은행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하면서는 “하나은행이 변화의 속도를 주도해 글로벌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해 임직원과 협력사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손님 중심의 1등 시스템을 구현해 내자”며 1등을 강조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