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승승장구하는 면세점사업에서 중국발 역풍을 만났다. 중국 하이난 섬에 오는 9월 세계최대 규모의 국영면세점이 문을 연다.
신라면세점은 중국고객 의존도가 높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중국 면세점의 초특급 공세를 넘어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하이난 세계 최대 국영면세점 개장 임박
중국면세점그룹 유한책임공사(CDFG)가 하이난성 산야시 하이탕만에 연면적 7만㎡ 규모의 세계적 쇼핑몰을 완공하고 오는 9월1일 시범영업을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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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난섬 산야면세점에서 쇼핑중인 중국여행객들 |
이 쇼핑몰에 모두 8억500만 달러가 투입됐는데 세계 최대규모인 4만5000㎡의 중국 국영면세점도 들어선다.
이는 서울 신라면세점의 7배 크기다. 국내에서 가장 큰 시내 면세점인 롯데면세점과 비교해도 4배가 넘는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 섬은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며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고급 휴양지다. 연중 평균온도가 20도 안팎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따로 없는 데다 5성급 호텔만 26개나 들어서 있다. 국제골프대회 등 국제적 행사가 잇달아 열리는 등 골프 관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CDFG가 하이난 섬에 국영면세점을 세운 것은 자국민의 해외 면세점 소비가 갈수록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관광객들은 고가의 물품들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성향을 보인다.
중국은 이들 요우커들이 중국 내에서 돈을 쓰도록 관련법을 바꾸고 면세점 등 쇼핑시설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펑 하이빈 상해환도여유투자관리유한공사 총경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희망하는 것은 면세점 쇼핑"이라며 "제주 롯데면세점을 봐도 중국인 관광객수에 비해 규모와 다양성이 부족해 중국인 관광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09년 중국 하이난성 산야시에 중국 유일 국영면세점인 CDF(China Duty Free) 산야 1호점을 오픈했다. 이 곳의 매출은 2011년 10억 위안, 2012년 20억 위안을 기록했다.
2012년 11월 구매한도를 5천 위안에서 8천 위안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규정이 변경되자 이후 매출은 더욱 급증했다. 연평균 300만여 명의 중국인들이 산야1호점을 찾고 있다.
국내 면세점시장에서도 요우커는 통큰 손님들이다. 중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 가운데 60% 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하이난에 초대형 면세점이 문을 열면 국내 면세점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신라면세점, 통큰 ‘요우커’ 뺏기나
이부진 사장은 그동안 면세점사업에 주력하며 승승장구해왔는데 이번 중국발 악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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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 사장은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포공항 면세점 입점에 이어 최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입점권을 따내는 등 신라면세점을 글로벌 톱3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 결과 호텔신라의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2010년 1조4500억 원이었던 호텔신라 매출액은 지난해 2조3천억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호텔신라 매출의 85%는 면세점에서 나왔다. 신라면세점이 호텔신라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장세 덕에 지난달 14일 호텔신라는 사상처음 시가총액 4조 원을 넘겼다.
그러나 중국 하이난의 면세점 개장은 이 사장의 면세점 확대 전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호텔신라는 제주시내에 면세점을 확장해 오는 9월 개점을 앞두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높은 휴양지다. 제주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매출비중이 특히 높은 곳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제주면세점이 확장되면 매출이 20~25% 가량 늘 것”이라면서도 “하이난 면세점이 워낙 규모가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제주도 대신 하이난으로 행선지를 바꾸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신라면세점
하이난지역은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 최장 21일까지 무비자 체류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고 있다. 하이난 면세점이 문을 열면 국내 면세점업계는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인까지 잃을 가능성도 높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면세점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면서 “특히 중국인들뿐 아니라 한국인 고객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텔신라는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을 준비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다음달 21일까지 여름세일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에서 구매금액별 선불카드 증정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또 펜디,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를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인천공항점에 첫 방문한 고객에게 최대 15% 할인이 가능한 1일 골드 패스(pass)와 5만 원 금액권을 증정한다.
인터넷점에서 오는 31일까지 나의 가족을 소개하는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 중 추첨을 통해 하나투어 여행상품권, 서울신라호텔 파크뷰 식사권, 홈플러스 10만 원 상품권 등을 증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