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사이언스가 3년 동안의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 |
[비즈니스포스트] “턴어라운드 시기는 3년 후가 될 것이다. 향후 3년은 집중적인 투자의 시기다.”
28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사업으로 급성장했던 2021년 이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정책 완화 추세와 함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점차 축소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1분기에는 결국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이 악화한 것은 단순히 사업환경이 나빠서만은 아니다. 백신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안 사장은 향후 5년 동안 2조4천억 원을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증설, 인수합병 등에 투입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3년 후 턴어라운드’는 앞으로 최소한 3년은 지나야 이런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상장기업의 CEO가 여러 해 동안의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수혜가 끝나가고 세계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백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길, 마이너스가 있다고 해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길이 있었다. 우리는 확실하게 2번째를 선택했다”며 “향후 5년을 내다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최강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록 실적이 악화했지만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안 사장의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현금 1조36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연구개발 쪽에서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글로벌 기관의 지원이 약속됐다.
차입금을 고려하면 2조4천억 원보다 더 많은 투자도 가능하다.
안 사장은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재무상황은 무차입 경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여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숫자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사장이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지속적으로 다양한 변이가 출현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28년 세계 백신시장 규모는 800억 달러에 이르고 이 가운데 28%를 코로나19 백신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안 사장은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합성항원 백신이 안전성, 지속성, 가격 등에서 장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 기존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못지않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등 신규 백신 5종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해외 백신거점을 구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에 대한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를 지휘하는
최창원 부회장이 안 사장의 백신사업 육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백신사업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자 한다는 뜻을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하도록 안 사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안 사장은 “최 부회장은 우리가 사회에 진 빚을 백신사업을 통해 환원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빚을 갚을지를 오늘 말씀드렸다”며 “이것이 한순간에 허언으로 끄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완성하는 길이다”고 마무리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