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GM과 포드가 전기차 가격 경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한국 배터리 3사가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왼쪽) 및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를 추격하고 있는 GM과 포드가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에 대응하는 대신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소비자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배터리 단가 인하 압박에 놓일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러한 전략 방향에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GM과 포드는 모두 전기차 가격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에 적극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지난해 말부터 주요 시장에서 공격적 가격 인하 정책을 앞세우기 시작한 뒤 GM과 포드 주가가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GM 주가는 현재 2월 고점과 비교해 20%, 포드 주가는 13%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GM 주가는 2010년 첫 기업공개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가 모델3과 모델Y 등 전기차 주력모델 판매가를 크게 낮추면서 GM과 포드의 전기차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됐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6차례에 걸쳐 내리며 전기차 ‘가격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 전기차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내고 있어 가격 인하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GM과 포드는 전기차 분야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만큼 원가 절감 등 측면에서 불리해 테슬라와 같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린다면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JP모건 등 주요 증권사는 GM과 포드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가격 경쟁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며 차량 가격을 낮추는 대신 신차 출시를 늘리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3과 모델Y 등 소수의 모델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반면 완성차 기업들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 내놓거나 신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 바라 GM CEO는 현지시각으로 25일 투자자 행사에서 연말까지 GM의 전기차 주력모델 ‘볼트EV’ 및 ‘볼트EUV’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2016년부터 출시된 볼트 전기차 시리즈를 단종한 뒤 새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이미 출시를 예고한 ‘실베라도’와 ‘시에라’ 등 새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GM은 이를 포함해 연내 더 많은 종류의 새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신차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 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테슬라와 같은 경쟁사에 가격 인하로 맞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현재의 전략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미국 일리노이주 테슬라 매장 앞에 전시된 차량 사진. < AFP > |
로이터에 따르면 JP모건도 보고서를 내고 GM의 이러한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기차 신모델 출시는 테슬라와 직접적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효과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JP모건은 “GM과 포드는 모두 1분기에 테슬라 대비 우월한 수익 개선 흐름과 가격 결정 능력을 보여줬다”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는 결국 전기차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는 현지시각으로 5월2일 1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이날 포드도 신형 전기차 출시 및 생산 확대에 관련한 계획을 상세히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GM과 포드가 이처럼 가격 경쟁을 피해 경쟁력 있는 신차에 집중하는 흐름은 주요 배터리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현재 GM과, SK온은 포드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거나 공동 투자 계획을 확정해 둔 상태다.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생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CATL 등 중국 업체에서 주력으로 하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제품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미 북미 등 지역에서 판매되는 일부 저가 옵션에는 LFP 배터리가 적용되고 있는데 판매가를 더 낮춘다면 채용 비중을 더욱 늘릴 공산이 크다.
GM과 포드가 이에 대응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면 한국 배터리 3사의 물량 대신 LFP 배터리 수급 확대를 추진하거나 배터리 공급 단가 인하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자동차기업이 가격 경쟁에서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업체에도 이와 관련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낮아진 셈이다.
GM은 투자자 행사에서 삼성SDI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신규 배터리공장 공동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국 배터리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드도 5월 초 실적발표를 통해 SK온과 합작 배터리공장 진행 상황 및 운영 계획에 관련한 추가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