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첫 성적표로 호실적을 받아들었다.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3위 금융지주 경쟁을 하는 우리금융지주에 있어 이번 1분기 성적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
전날 발표한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을 보면 911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22년 1분기보다 8.6% 증가했다.
올해 초까지 회장 선임 등으로 우리금융지주 내부가 어수선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지주는 2023년 1분기 기업대출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효과로 이자이익 2조219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상승했다.
수수료이익은 올해 1분기 418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 대비 3.1%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IB)과 자산관리 부문 등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 도움이 됐다.
수익성이 좋아지며 지난해 점차 하락하던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은 2022년 2분기 13.36%에서 3분기 13.22%, 4분기 11.54%로 점차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12.48%로 0.94%포인트 개선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호실적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몸을 사려온 가운데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위기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 내실경영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우리금융지주의 호실적이 향후 예정된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임 회장은 이번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재무상황은 충분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2022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 97.8%를 나타내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사의 재무안정성 감시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계량지표를 말한다. 자회사 출자가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자회사 출자는 지주회사로부터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130% 밑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지주사가 과도하게 빚을 내 자회사에 출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권고비율인 130%까지 약 7조 원의 여유가 있다. 이에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을 계열사로 인수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임 회장은 계열사 인수 작업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 노력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분기배당 도입을 위해 정관을 개정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분기 배당을 꾸준히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22년에는 주당 1130원을 배당했고 배당성향은 26.2%를 기록했다. 올해는 30% 배당성향을 목표로 삼았다.
금융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의 덩치를 키우려는 이유로 하나금융지주와의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로 바라본다.
우리금융지주는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계열사 업무보고를 받으며 우리은행장 후보들과 대면식을 했다.
대면식에서 이사회는 후보들에게 하나은행과 격차를 줄일 방안이 있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3위 싸움을 벌이는 하나금융지주와 본격 경쟁을 위해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에서 격차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실적에서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은행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비은행 부문까지 인수해 외형을 갖춘다면 올해 3위 금융지주사 싸움을 본격화하기 위한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