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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에 이어 다시 불거진 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시급히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프로야구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26일 프로야구계에 따르면 유창식은 한화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4월1일 홈개막전인 대전 삼성전에서 1회초 3번 박석민에게 일부러 볼넷을 내주는 등 두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유창식은 당초 한 경기의 승부조작에만 가담했다고 자신신고했지만 경찰수사 과정에서 승부조작 경기가 한 게임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창식 외에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승부조작 의심이 가는 경기가 2건만 있는 게 아니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 유창식 선수를 추가로 소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창원지검 특수부는 21일 승부조작 혐의로 이태양(NC다이노스)을 불구속기소했다.
승부조작은 보통 선발투수들을 겨냥해서 이뤄지는데 경기 전날 선발이 예고돼 모의가 쉬운데다 1회 볼넷을 내주더라도 몸이 덜 풀렸다는 핑계를 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억대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왜 ‘검은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한 베테랑 선수는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얼마 안 되는 사례금에 그런 짓을 했겠는가. 술 얻어먹고 접대받다가 약점을 잡혀 협박당하는 것”이라며 “그 때는 이미 받은 돈의 몇배를 돌려줘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이는 프로야구의 오랜 병폐"라며 " 2012년 승부조작 사건 이후에도 선수는 무지했고 구단과 KBO는 무심했다”고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하고 자라온 선수들의 ‘성장환경’도 승부조작의 토양이 된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운동기계’로 길러져 인간관계가 제한적인데 이런 환경에서 이른바 ‘아는 형님’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불법도박에는 돈이 넘치고 조폭이 끼어들게 마련”이라며 “‘아는 형님’의 가면을 벗기면 브로커가 나오고 브로커가 베일을 벗으면 조폭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대만은 국기가 야구일 정도로 프로야구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조폭이 주도한 승부조작으로 프로야구계가 사실상 와해됐다. 대만 프로야구는 한때 11개 프로팀으로 승승장구했지만 현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4개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야구전문가는 “2008년 대만 조폭들이 우리나라 검은 세력들에 승부조작 노하우를 전수해 준 뒤 지금까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승부조작을 뿌리뽑기 위해 적당한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기반을 흔든다는 점에서 승부조작은 최악의 스포츠 범죄”라며 “해당 선수의 영구 퇴출은 물론 구단의 관리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