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인 중단거리 노선 확대 전략이 결실을 맺을 시기와 마주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업계에서 여객 수 기준으로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1분기를 호실적으로 마감하며 한 해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정 사장이 그동안 끈기 있게 추진해온 중장거리 노선 확대 전략이 먹혀든다면 앞으로 여객 수 기준에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로 평가받는 제주항공을 제칠 수도 있다.
25일 증권사 평가를 종합하면 티웨이항공이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낸 것을 놓고 호평이 주류를 이룬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의 1분기 실적은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라며 “팬데믹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항공기가 늘어난 저비용항공사인데 차별성이 저평가돼 있다”고 바라봤다.
티웨이항공은 1분기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3588억 원, 영업이익 827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티웨이항공이 역대 거둔 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최대 규모로 2017~2018년 2년 동안 거둔 영업이익 940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도 “티웨이항공은 1분기 저비용항공업계 가운데 탑승 회복률이 가장 빨랐다”며 “1분기 중국 매출 기여도는 전체 매출의 약 0.7% 수준으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 확대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티웨이항공의 실적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티웨이항공은 항공업계의 비수기인 2분기에도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원은 “2분기에는 비수기로 접어들며 적자 전환이 불가피했지만 올해는 견조한 탑승률에 따른 호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4월 국제선 총 탑승객 수는 29만여 명으로 하루 평균 1만2650명 수준이다. 3월과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5월 휴가 시즌이 되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가의 호평은
정홍근 사장에게도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그는 2016년부터 티웨이항공을 이끌고 있는 저비용항공업계의 대표 장수 전문경영인인데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2019년 2분기부터 계속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겨왔다.
정 사장이 여행 수요의 회복 흐름을 잘만 탄다면 앞으로 티웨이항공이 실적에서 순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치열한 노선 경쟁이 변수이긴 하지만 티웨이항공이 코로나19 시기에 기초체력을 잘 다져온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앞으로 티웨이항공에게 중요한 지점은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한 저비용항공업계 선두 경쟁에서 1위로 치고 나갈 수 있을 지 여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여객 수를 보인 항공사는 제주항공으로 211만5532명이었다. 티웨이항공은 2위였는데 여객 수 181만5546명으로 제주항공과 30만 명가량 뒤처져 있다.
정 사장이 그동안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중장거리 노선 확대 전략이 저비용항공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잡을 무기로 보여진다.
정 사장은 티웨이항공 수장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중장거리 노선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티웨이항공 대표에 오른 지 1년 반 만인 2017년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전선포식’을 열고 “10년 후 한국에는 인구 절벽이 온다”며 “이 시점에서 티웨이항공이 10년 뒤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 해답 가운데 하나로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통한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제시했다. 저비용항공업계의 경쟁이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돼 있다는 구조에서 벗어나 새 시장을 개척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만 해도 정 사장의 비전은 현실성이 적다는 의구심도 많이 받았다. 단지 중단거리 노선을 두고 출혈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원론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러한 시장의 의구심과 별개로 티웨이항공을 중장거리 전문 저비용항공사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해 중대형기 A330-300 기종을 모두 3대 도입한 것은 모두 정 사장의 판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는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경쟁사들이 기단을 축소하는 동안 티웨이항공은 철저한 비용 절감으로 오히려 중대형기 A330-300 3대를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현시점에 확고한 경쟁우위의 초석을 다졌다고 자부하며 앞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지속 확장하는데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사장의 전략은 점차 빛을 볼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라 중장거리 노선의 슬롯 배분이 현실화하면서 티웨이항공이 중장거리 노선을 새로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끝나면 이미 운수권을 확보해 둔 크로아티아에 항공기를 띄우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결과에 따라 운수권이 추후 배분될 유럽 여러 나라를 신규 노선 후보군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