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러시아 시장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란에 러시아 시장에서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러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임원을 배치하는 인사를 내면서 현지 판매를 회복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부의 러시아 자극 발언으로 매출 정상화는 물론이고 러시아 사업 관련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러시아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TV를 판매하고 있는데 러시아 현지 브랜드 입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삼성전자의 전세계 매출에서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선에 불과해 한러 관계 냉각에 따른 실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전만 해도 러시아에서 삼성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는데 러시아와 외교 관계까지 악화하면서 현지 시장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1년만 해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애플의 2배 수준인 30%를 나타내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삼성전자는 대러시아 제재 동참과 물동량 감소를 이유로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에 수출하는 제품의 선적과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출시한 갤럭시S23의 출시국에서도 러시아를 제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러시아 상황은 어렵게 흘러가고 있으며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충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을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 지역 수장으로 임명해 종전 뒤 시장정상화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현지 선호도가 높아 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 시장을 방치하기가 아까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시장이 버려도 될 정도로 미미한 시장이었다면 다른 서방기업들처럼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0년 러시아 브랜드 시장조사업체 OMI가 발표한 ‘소비자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10년 연속 선두를 지켰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현지 사업이 힘들어진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새로운 현지 책임자를 선임해 시장 회복을 엿본 삼성전자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모스크바주 루자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의 제품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서방국가의 대 러시아 제재로 2022년 하반기 생산량 감축에 들어간 뒤 8월부터는 아예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LG전자는 현지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생활가전 분야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까지 러시아 소비자원이 주관하는 ’고객만족대상‘에서 3년 동안 ’가전 서비스 부문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현지 평판을 다져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면서 양대 전자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회복할 가능성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물론 LG전자 역시 2021년 기준 러시아 시장 매출은 2조 원 가량으로 같은 해 전체 매출 74조7216억 원 대비 2%대 수준에 불과해 실적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빈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메우고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지 시장 회복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떠난 뒤 중국 샤오미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생활가전도 중국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샤오미의 점유율은 50%를 넘겨 주류 기업으로 올라선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러시아 시장은 브랜드 이미지가 굳건했던 곳이다”며 “현재 두 회사 모두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