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4-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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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모비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듈 및 부품 사업에서 낮은 수익성을 좀처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핵심부품의 경쟁력을 강화와 함께 전동화 부품을 포함한 고부가 제품의 계열사 밖 수주 확대에 힘써 글로벌 부품사로서 위상에 걸맞는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계열사 밖 수주 확대에 힘써 핵심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글로벌 부품사로서 위상을 다질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는데 주요 원인으로 물류비 하락이 꼽힌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조6043억 원, 영업이익 5564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31%, 영업이익은 43.81% 늘어나는 것이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 완화로 인한 완성차업체의 생산량 확대로 매출이 성장한 데다 특히 코로나 19확산으로 치솟았던 물류비가 정상화하면서 매출 성장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 사장은 외부 환경 변화에 힘입어 올해 첫 분기 실적을 개선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08%로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51조9천억 원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2조265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사상 가장 낮은 3.9%를 보였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률 6%를 넘겼으나 그 뒤 수익성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주력사업에서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제조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과 국내외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에 보수용 부품을 공급하는 A/S용 부품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연간 매출을 보면 주력사업인 모듈 및 부품 쪽이 41조6965억 원, A/S 부품 쪽이 10조2098억 원이었다.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모듈 및 부품 683억 원, A/S 부품 1조9583억 원으로 집계됐다. A/S 부품 사업부문이 수익을 96.6%를 책임진 셈이다.
조 사장이 지난해 초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매출로 따지면 세계 7위지만 주력 사업인 부품만 따지면 한참 밑이다"며 "주력인 부품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발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전기차 전환 추세 속에서 지난해 현대모비스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부문 가운데 전동화 부품 매출은 2021년보다 56% 증가한 9조6759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9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문제는 전동화 부품의 외형 성장이 수익성에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 매출은 2020년 36조6천억 원에서 지난해 51조9천억 원으로 2년 동안 42%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20년 1조8300억 원에서 2조300억 원으로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대부분의 투자비가 집행되는 전동화 부문은 수익성 개선이 더디다. 2019년 현대모비스 모듈 및 부품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했던 전동화부품은 지난해 20%를 넘어섰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사업의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부문이 올해 들어서야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전기차 출하량은 2022년 1분기보다 71% 증가한 약 13만 대에 달한다. 이런 전기차 판매 성장은 현대모비스 전동화부품 사업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전동화 부품을 포함해 모듈 및 부품 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제적 연구개발(R&D)로 기술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계열사 밖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수주를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 밖 수주는 그룹사인 현대차 기아와 비교해 '제값 받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전동화 부문의 외형 성장은 긍정적이나 수익성 향상은 더딘 편"이라며 "전동화 부품을 포함한 핵심 부품의 비계열사 수주 확대를 통해 높은 R&D 비용을 상쇄하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현대모비스는 3월 공시를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전동화와 핵심부품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투자에 기존보다 2조 원 늘어난 5조~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조 사장은 핵심 기술 경쟁력을 높여 이를 기반으로 비계열사 수주를 키움으로써 글로벌 부품사로서 입지를 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중국에서 진행되는 2023 상하이모터쇼를 계기로 현지 판매 조직을 활용해 수주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행사에서 BYD(비야디), BMW, 스텔란티스 등 80여 개 완성차 고객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 약 200명을 초청해 프라이빗 부스에서 수주 미팅을 진행한다. 이를 시작으로 현대모비스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역대 첫 10억 달러 수주실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 참가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 퀄컴과 레벨3 자율주행 통합제어기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퀄컴과의 협업을 통해 앞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과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제품군의 수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밖 미래차 부품관련 수주에서 가파르게 성과를 높이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4개 차종에 샤시 모듈을 공급 계약을 맺고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조성해 지난해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수주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확정된 물량은 18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9월에는 북미오토쇼(NAIAS)에 처음으로 참가해 공격적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 영업활동을 펼쳤고 이어 10월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룩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독일 폭스바겐이 주최하는 국제부품박람회(IZB)에서 선보였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46억5천만 달러(약 5조7천억 원) 규모의 사상 최대 연간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동화 부품이 수주 주력 제품으로 부상한 것도 수주 실적 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현대모비스에선 설명했다.
지난해 크게 증가한 해외 수주는 내년부터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한 53조6천억 원으로 잡았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약 77%에 달한다.
매출 기준 글로벌 2위의 토요타 부품 계열사 덴소는 토요타 의존도를 줄여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기준 덴소의 토요타 매출 비중은 46.3%로 토요타 이외의 완성차 업체 매출 비중(42.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6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부품사 순위에서 2021년 매출 기준 6위에 올랐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7위에 머물렀으나 글로벌 수주가 급증하면서 5년 만에 6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세계를 향한 수주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조 사장이 주력사업인 모듈 및 핵심 부품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부품사로서 진정한 내실을 다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조 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선도적 기술 경쟁력과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