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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없는 증권리서치②] "사세요 사" 매수 일변도, 애널리스트 ‘욕심과 고충’ 사이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 2023-04-19 15: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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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업에 대한 보고서 수 자체가 줄어들면 사실상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내 한 대형자산운용사 전직 펀드매니저의 이 말은 증권사에 만연한 종목보고서 편향의 심각성을 대변해준다.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이 증권가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매수 보고서를 쏟아내는 국내 애널리스트에 대한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
 
[‘날’없는 증권리서치②] "사세요 사" 매수 일변도, 애널리스트 ‘욕심과 고충’ 사이
▲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수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덴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전체 리포트 가운데 매수(강력매수 포함) 의견이 94.44%(13362건)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중립 의견은 5.52%(781건)였다. 

매도(비중축소 포함) 의견은 0.04%(6건)에 그쳤다. 품귀 수준인 2017년(매도의견 비중 0.2%), 2018년(0.15%), 2019년(0.07%), 2020년(0.16%), 2021년(0.12%)보다도 낮았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900에서 2200으로 크게 낮아진 것을 볼 때 사실상 '직무유기'에 다름 없는 보고서를 찍어낸 것이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연초 직후인 2월 24일 발발해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내 경제 구조상 보수적인 의견을 낼 여지가 많았음에도 "사라"는 주장이 더 많았던 셈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증권사들은 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내다보고 2022년 한 해 동안 매도의견의 비중을 늘렸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CLSA증권이 6.7%포인트, 노무라증권이 5.2%포인트, 맥쿼리증권은 4.0%포인트, 메릴린치가 3.1%포인트, 제이피모건이 3.0%포인트, 모건스탠리는 2.7%포인트, 씨티그룹 1.8%포인트, 골드만삭스가 0.5%포인트로 각각 매도의견 비중을 늘렸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수의견에만 치우치다보니 예측의 정확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보고서들이 제시한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실제 적중률이 11%에 그쳤다.

당국도 문제점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증권사 대표들과 만나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객관성 및 신뢰도 제고 문제가 오랜 과제였던 만큼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부터 증권사 보고서에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최근 2년간 괴리율을 넣도록 했으나 매수의견 일변도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의 채권인수 등 영업 이해관계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의 ‘갑을 관계’가 매수 뿐인 배경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 종사자의 업무 가운데 기업 대상 영업 비중이 보고서보다 훨씬 커진 지는 오래다”며 “심할 때는 보고서 작성은 제쳐두고 하루 사이에 여러 기업을 오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기업과 채권발행 주관계약 등에 성공하면 해당 영업활동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보수를 받는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낸 기업에 눈 밖에 나면 채권발행 영업에서 배제될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에는 기업이 보고서 기초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평가기관과 미디어를 중심으로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향한 욕심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매니저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그래도 '갑의 위치'에 있는 펀드매니저 심기를 건드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A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넣어둔 한 펀드매니저가 A종목에 매도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에게 다음번 투표에서 표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최근 타이거자산운용사가 수익률 저조에 사과문을 낼 정도로 자산운용사들도 수익성에 민감한 상황에서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을 압박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연구보조(RA)를 거친 뒤 애널리스트가 되지만 애널리스트가 됐다고 해서 소위 ‘데뷔’로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는 것을 진정한 데뷔로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운용자금을 통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는 애널리스트가 부담스러운 존재일 것이다"며 "애널리스트 승진과 몸값을 결정하는 심사까지 맡고 있는 상태라면 애널리스트도 펀드매니저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지난주 증권가는 에코프로 주식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연일 화제였다.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보고서가 된 이유는 명확했다. 국내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에서는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인지 비즈니스포스트가 짚어본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에코프로 매도 보고서에 여의도 화들짝, 어떻게 등장했나
‘사세요 사’ 매수 일변도, 애널리스트 ‘욕심과 고충’ 사이 
외국계 보고서의 이유 있는 신뢰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나, 증권 전문가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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