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일부 증권사는 4대 금융지주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 목표주가는 기존 5만4천 원에서 4만8천 원으로, KB금융지주 목표주가는 기존 7만5천 원에서 6만6천 원으로 내렸다. 하나금융지주 목표주가도 기존 6만5천 원에서 5만7천 원으로 낮춰 잡았다.
정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낮춘 근거는 두 가지다”며 “대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해 할인율을 조정했고 금리 하락, 연체율 상승을 반영해 이익 전망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 목표주가를 기존 1만8천 원에서 1만5천 원으로 내렸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금리 상승 흐름이 멈추면서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실적 부진은 기준금리의 절대 수준은 높지만 방향성은 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바라봤다.
금융당국이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금융지주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금융지주 실적에 한 가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지주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방문할 때마다 1천억 원 이상 규모의 상생 방안을 발표하고 강릉 산불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부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부금을 내놓는 일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누가 먼저 기부금을 내놓느냐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이런 상생 금융 실천이 금융지주 실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증권가에서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상생 금융을 강조하면서 3월 들어 4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모든 상품의 금리를 인하했다”며 “5~6월 중에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이어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실시도 예정되어 있어 하반기에는 순이자마진(NIM)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우리는 은행 평균 2023년 연간 누적 순이자마진이 전년 대비로는 약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가정해 왔는데 은행 지원 방안들이 계속 추가되면 연간 기준으로도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은 여전하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3월 말에도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대출자에 금리인상 효과가 떠넘겨지는 현상이 최소화되도록 해달라”며 시장금리 상승을 금융권에서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는 다음 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우리금융지주가 24일 가장 먼저 발표하고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27일 발표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