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를 시작으로 실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파업과 업황 악화 영향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크게 후퇴했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고부가가치 전기차 소재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동화 추세에 올라타 수익성 회복과 전기차 소재 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고부가가치 전기차 소재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전동화 추세에 올라타 수익성 회복과 전기차 소재 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13일 현대제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안동일 사장은 최근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고부가 철강제품 판매를 위한 인프라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 사장은 3월 열린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친환경·경량화 자동차 소재 및 부품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체코 오스트라바시 핫스탬핑 공장 설비투자를 통해 유럽 핫스탬핑 수주 및 판매를 확대에 나섰다. 투자금은 213억 원으로 시험가동을 거쳐 최근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2020년 현대차 공장이 있는 체코에 580억 원을 투자해 차량 2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산 340만 장 규모의 핫스탬핑 공장을 새로 지었다.
핫스탬핑은 가열된 강판을 금형에 넣고 성형한 다음 급랭시켜 강도를 향상시킨 제품으로 복잡한 형태의 차체를 얇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자동차용 고부가가치 강판으로 사용되며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내연기관차에는 전체 강판의 15% 정도에 핫스탬핑강을 적용하지만 전기차에는 20%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기아는 국내출시를 앞둔 플래그십 SUV 전기차 EV9에 핫스탬핑 부품을 확대 적용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기초소재연구센터와 함께 1.8GPa(기가파스칼) 프리미엄 핫스탬핑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제품은 현대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과 플래그십 세단 G90에 공급되고 있다. 2021년 현대차에 초도 공급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해마다 현대차에 14만5천 장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약 3만 대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제철은 친환경 자동차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충남 예산에 22기, 울산에 2기 등 연간 최대 580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핫스탬핑 설비라인을 구축해 뒀다. 이는 국내 1위, 세계 3위의 생산규모다.
핫스탬핑강은 판매 규모 자체는 크진 않지만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부터 강판 수주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 전기차 소재 판매 확대를 위한 거점 확보에도 나섰다.
현대제철은 8250만 달러(약 1031억 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미국 전기차공장 전용 SSC(스틸 서비스 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SSC는 철강재의 가공과 재고관리, 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미국 조지아주는 내년 현대차 전기차 전용공장이 들어서는 곳이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보다 8% 줄어들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65% 급증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5.8%인 전체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 60%로 10배 넘게 늘리는 규제안을 준비 중이어서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사장은 박판열연·컬러강판 등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재편을 추진해 2021년 현대제철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제철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27조3406억 원, 영업이익 1조6166억 원을 거둬 전년보다 매출은 19.6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3.95%나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철강시황이 악화한 데다 62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고정비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2759억 원을 내며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에서는 철강 시황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파업 등 일회성 요인의 해소에 힘입어 현대제철이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제철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582억 원을 내며 직전분기 대비 흑자전환 한 것으로 추산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지역의 철강가격은 연초보다 30~50% 상승했다"며 "글로벌 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2분기부터 현대제철 판재 스프레드(판매가격과 원가 차이)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은 노조 5개 지회 가운데 1개 지회가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통상임금 산정 방식에서 노조와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 이를 타결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극단의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지난해 발목을 잡은 악재가 해소되는 가운데 핫스탬핑강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 회복과 친환경차 강판 시장 선점을 동시에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핫스탬핑강 등 전략 강종 판매를 늘려 올해 2022년보다 34% 증가한 110만 톤의 자동차 강판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제철 연구소 관계자는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은 경량화와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의 개발 및 적용"이라며 "핫스탬핑을 활용한 부품 개발 및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 자동차 소재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