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전장용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동차 부품사업 확대와 관련한 지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전장부품 시장을 겨냥해 전장용 올레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전장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2억 장을 넘어 자동차 1대 당 평균 2장 이상의 패널을 탑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선도하고 있는 차량용 올레드 패널의 비중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레드는 LCD패널과 다르게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디스플레이 후면에 백라이트 유닛이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로 인해 경량화가 중요해지는 전기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장용 올레드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추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주선 사장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현대차와 아우디, BMW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부터 차량용 올레드 수주를 늘리는 데 힘주고 있다. 특히 최근 슈퍼카 페라리에도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고급 제품 이미지를 브랜딩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최 사장은 페라리와 업무협약 자리에서 “앞으로 페라리를 비롯해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들과 협력해 자동차용 올레드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캠퍼스 6세대 올레드 A3라인에서 중소형 플렉시블 올레드 전용 공장에서 스마트워치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디지털화된 대형 자동차 조종석인 ‘뉴 디지털 콕핏’을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뉴 디지털 콕핏은 운전자와 보조석에 정보를 전달하는 디스플레이로 34인치의 대화면을 갖춘 전장장비다. 좌우가 700R(반지름이 700mm인 원이 휘어진 정도)로 구부러진 기술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기술은 운전자에게 적합한 시청거리를 제공해 운전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올레드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2.7%, LG디스플레이가 50%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V나 IT용 디스플레이 분야와 달리 차량용 올레드 시장은 아직까지 중국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해 국내 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 사장은 중소형 올레드를 바탕으로 키워온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IT용 올레드뿐 아니라 차량용 올레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이 이처럼 차량용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뜻이 자리잡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초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TV가 아닌 IT기기와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경영진이 하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나선 것도 이런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이처럼 전장용 디스플레이 사업확장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과 가치 창출력 때문이다.
스테이시 우 옴디아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2 하반기 한국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자동차 부문이 디스플레이에서 주요 적용처로서 떠올라 시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올레드 출하량은 올해 1천만 대, 2025년 2천만 대, 2029년 6천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성장성에 더해 기존 IT제품이나 TV와 비교해 높은 마진을 낼 수 있고 안정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전장용 올레드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차량용 올레드의 평균 단가는 스마트폰용 올레드와 비교해 70% 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전통적 적용처인 TV와 IT세트와 달리 차량용 패널은 자동차 부품과 같이 수주를 기반으로 한다”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산업은 TV와 IT세트와 달리 경기에 민감도가 낮아 가격변동성이 적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