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 회장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TSMC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한 뒤 단기간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TSMC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대만 반도체기업 TSMC 지분을 단기간에 처분한 배경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
12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TSMC 주식을 대거 매도한 이유를 언급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 40억 달러(약 5조3천억 원) 이상의 TSMC 지분을 매입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약 85%에 해당하는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버핏 회장이 일반적으로 장기간 보유할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닛케이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이 투자 회수에 고려 사항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TSMC는 우수하게 경영되고 있는 기업이지만 버크셔해서웨이가 자산을 투자할 만한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TSMC 지분을 매입한 뒤 미국 정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을 상대로 한 고강도 수출 규제를 시행하며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압박을 강화한 점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중국이 미국의 규제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자연히 이러한 역량을 갖춘 대만을 무력으로 지배하는 데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이게 될 수 있다.
자연히 대만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둔 TSMC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그만큼 커져 버크셔해서웨이가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무역 갈등이 더욱 심각한 국면에 놓이게 되면서 버핏 회장의 이런 결정을 두고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캐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만남을 계기로 대만에 지정학적 긴장감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버핏 회장의 TSMC 주식을 수 개월만에 매도하게 된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