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수도권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은 영남권은 국민의힘 텃밭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부산·울산·경남에서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영남권 의석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어떤 기준을 정해 공천을 할지와 함께 민주당이 '낙동강벨트'를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4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검사 출신들이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 대거 공천될 수 있다는 '검사 공천설'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통상 보수정당에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다는 영남권은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높았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도 영남권 물갈이가 진행된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직·간접적 인연이 있는 검사 출신들이 투입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당 안팎에서 꾸준히 흘러나왔다. 정치 경력이 짧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려면 수도권보다 영남 공천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내 상황을 잘 보여준 것이 최근 윤재옥 원내대표의 당선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재옥 의원이 초반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던 김학용 의원을 제치고 결국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데에는 영남권 물갈이 가능성에 위기의식을 느낀 영남지역 의원들이 같은 영남권인 윤재옥 의원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기현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 명씩 대거 공천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 대표인 제가 용인하지도 않겠다"고 말한 것도 현역 의원들의 동요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윤재옥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인사들 수십명이 총선 출마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밖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할 단계가 아니다"며 "대통령실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검사 공천설이 사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이준석계 등 당내 비주류 문제와 검사 공천설 및 영남권 물갈이론이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020년 총선 기준 영남권 의석수는 대구 12석, 경북 13석, 부산 18석, 울산 6석, 경남 16석 등 모두 65석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다.
국민의힘의 목표는 일단 전석 석권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사실상 석권했다. 공천 갈등으로 홍준표(현 대구시장) 후보가 탈당한 뒤 대구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이후 복당했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싹쓸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의 과제는 부산·울산·경남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부산 3석, 울산 1석, 경남 3석을 내줬는데 내년엔 더 내줄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온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란 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데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과 관련해 부정평가가 56.1%, 긍정평가는 42.4%로 집계됐다. 한국갤럽(7일 발표) 조사에서도 부산·울산·경남지역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가 53%로 긍정평가(4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정당지지율도 국민의힘이 크게 앞서는 대구·경북과 달리 부산·울산·경남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큰 차이가 없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44.4%, 민주당 41.6%, 한국갤럽 국민의힘 33% 민주당 27% 등 부산·울산·경남지역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뒤진 상태였지만 그동안 많이 따라잡아서 유치 가능성이 꽤 커졌다. 11월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유치에 성공하면 여론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서부산과 경남동부 등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확장하는데 공을 들인다.
부산에선 18개 선거구 가운데 절반인 9석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 18개 선거구에서 평균 43%를 득표했다. 이번 선거 때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연결고리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지역에선 낙동강벨트의 핵심인 김해와 양산을 넘어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 등 경남지역 의석 16석의 절반인 8석까지 내다보고 있다. 낙동강 벨트 핵심인 김해갑과 김해을은 3선 현역인 민홍철 의원과 재선인 김정호 의원이 건재하며 양산을의 김두관 의원도 전망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민주당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울산지역도 4·5 재보궐 선거 결과에 힘입어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와 울산남구 기초의원 선거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내년 총선의 희망을 봤다는 것이다.
울산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지역구인데다 김기현 대표가 시장까지 지낸 곳이지만 노동계 등 진보 성향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 민주당으로선 민심의 향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