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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김혜자 도시락에는 없는 것, 이영덕 한솥도시락 철학 30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4-11 15: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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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김혜자 도시락에는 없는 것, 이영덕 한솥도시락 철학 30년
▲ 한솥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다. 런치플레이션의 수혜 덕분이다. 이영덕 한솥 대표이사 회장(사진)은 한솥을 1993년 7월 창업해 저렴하고 품질 좋은 도시락 외길을 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점심값 1만 원 시대는 직장인과 외식업 자영업자에게 모두 비극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해 판매 가격을 부득이하게 올려야 했던 자영업자들도, 한 푼이라도 더 아껴보고자 집밥을 싸오기 시작한 직장인들도 모두 힘들다.

하지만 이럴 때 조용히 수혜를 보는 기업도 있다. 1993년 ‘저렴한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내세워 고객들이 긴 줄을 서게 만들었던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이 그 주인공이다.

이영덕 한솥 대표이사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을 겪으며 사세 확장의 기반을 닦았는데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 격인 런치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고 있다.

11일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을 운영하는 한솥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솥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솥은 10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2022년에 매출 1269억 원, 영업이익 12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1년보다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35.8% 늘었다.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고치다. 한솥은 2021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천억 원대를 넘었는데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영업이익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도 역대 최대다. 2022년 영업이익률은 10.2%인데 이는 이전 최대 영업이익률인 2019년 9.5%보다도 0.7%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솥의 깜짝 실적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서울 삼성동에서 한솥 매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점심 때가 되면 도시락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체감상 매출이 50% 이상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솥 호실적의 1등 공신이 사실상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얘기다. 런치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솥에게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솥의 무기는 오래 전부터 ‘저렴한 한 끼 도시락’이다.

한솥도시락 메뉴 100여 개의 가격은 대부분 4천~6천 원이다. 김치찌개 하나만 해도 1만 원 안팎을 오가는 외식 물가를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한솥은 도시락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대하는 편의점업계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굳건하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기업들도 런치플레이션 흐름을 타고 최근 도시락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도시락도 가격이 대부분 4천~5천 원대라 저렴한 끼니를 찾는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편의점 기업들은 도시락을 구매할 때마다 20% 할인해 주는 구독권까지 별도로 판매하며 충성 고객까지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의 한계도 비교적 뚜렷하다. 조리된 식품이 유통 과정에 변질되지 않도록 신선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냉장 식품 형태로밖에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솥은 이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다. 재료를 직접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하기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가격 측면에서 자칫 밀릴 수 있는 경쟁력을 품질로 방어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한솥의 여러 경쟁력에는 이영덕 한솥 대표이사 회장의 철학이 묻어있다.

이영덕 회장이 한솥을 처음 만든 시기는 1993년이다. 당시만 해도 도시락업계는 배달 도시락을 내세운 프랜차이즈가 10곳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차별화가 필수라고 생각했고 이에 당시 업계의 기본인 배달을 포기하는 대신 테이크아웃을 꺼내들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반신반의했다. 배달이 대세인 상황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면 망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배달을 포기하면 원가를 2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다른 곳보다 20% 싸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1993년 7월7일 서울 종로에 26.4㎡(약 8평) 규모로 조그맣게 문을 연 1호점은 오픈 첫날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5명의 직원들이 하루 동안 올린 매출만 157만 원이었다.

당시 한솥이 판매한 제품 가격이 970원~2400원 사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한솥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콩나물밥에는 재미있는 사연도 있다. 콩나물밥의 가격 970원은 고객이 1천 원을 내면 공중전화를 한 통화 할 수 있는 30원을 거슬러주겠다는 의미에서 이 회장이 정한 가격이다. 이 회장은 과거 이를 놓고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한솥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해마다 50~60개씩 점포가 늘어났는데 이는 한솥 본사가 직접 챙긴 것이 아니었다. 모두 한솥 본사로 직접 연락해 가맹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는 점주들의 요청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사세가 확장된 것이다.
 
백종원 김혜자 도시락에는 없는 것, 이영덕 한솥도시락 철학 30년
▲ 한솥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이다. 한솥은 브랜드 철학 소개를 통해 "신선하지 않아도, 합리적 가격이 아니어도 한솥이 될 수 없다"고 적어놨다.
한솥이 처음 탄생한 지 30년이 됐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한솥의 경쟁력을 가격과 품질에서 찾고 있다. 

한솥은 홈페이지의 브랜드 철학 소개란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원칙과 신념을 지킨다. 그것이 한솥 도시락의 가격이 늘 착한 이유다”라며 “식재료 앞에서는 한없이 까탈스럽다. 신선하지 않아도, 합리적 가격이 아니어도 한솥이 될 수 없다”고 적어놨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런 철학을 한솥 오픈 때부터 지켜왔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고객들이 줄을 섰고 이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가맹점이 늘었던 만큼 이 회장이 욕심만 조금 부렸더라면 한솥은 빠른 시일에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솥은 초기 6~7년 동안 재무제표에서 적자를 봤다. 이 회장이 ‘고객 이익 먼저, 가맹점과 협력업체의 공생’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

금방 흑자로 돌아서는 노하우도 알고 있었고 유혹도 느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창업하기 전에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가즈오 회장의 책을 읽고 그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이타심으로 살아라’ ‘눈앞의 돈을 쫓아가면 사업은 실패한다’는 점을 배웠다.

이 회장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열정이 없었다”며 “나를 일으켜 세운 이는 이나모리 회장이었다”고 돌이켰을 정도로 이나모리 회장의 말을 깊이 새기고 있다.

그렇게 적자를 내던 한솥에게도 1997년 외환위기는 버티기 힘든 시기였다. 환율 급등에 따라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이에 모든 식당이 메뉴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한솥 납품업체들도 한솥에 판매가 인상을 요청했을 정도다.

이 회장은 고민 끝에 가맹점주들을 불러 모아 가격 인상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면 안 된다. 차라리 우리가 이익을 조금 포기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난 뒤 가맹점주와 납품업체를 위해 본사가 짐을 짊어지기로 다짐했다.

시장의 흐름과 정 반대 선택을 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쟁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와중에도 한솥은 가격을 동결했고 이는 가맹점 매출 30~50%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시절 가맹점주들이 인건비를 줄여 엄청난 노력을 했고 이 덕분에 한솥의 체질이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솥이 겪는 상황도 외환위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겹치면서 한솥 역시 가격 인상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실제로 한솥은 올해 초 전체 102개의 품목 가운데 66개의 가격을 평균 4.4% 인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가격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경영 철학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를 비롯해 한솥이 가격을 올린 2022년과 2021년의 인상률을 살펴보면 3~5% 사이다. 단가로는 메뉴당 100~200원 올린 것이 전부로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까지 가격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한솥이 사업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솥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적을 때는 6%, 많을 때는 9%였다.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회장은 한솥을 통해 더욱 큰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해외에 진출해 2030년대에는 전 세계에 한솥 이름을 단 가게를 2만 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홈페이지에도 ‘대한민국 외식종합기업 시장을 리드하는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으로 한솥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48년 1월 생으로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일본인으로 살아야 할지, 한국인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한국인으로 귀화하자고 결심해 1969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에 입학했다. 외교관을 꿈꿨지만 주변의 고위 공무원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사업가로 바꿨다.

아버지께서 하시던 사업을 물려받아 운영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그밖에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적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판단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고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교토 맛집을 다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외식업으로 눈을 돌렸다.

3년 동안 일본 도시락 문화를 공부한 뒤 재일교포를 포함한 직원 5명을 뽑아 한솥의 기반을 만들었다. 한솥의 문을 1993년 열었고 그 역사는 30년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한솥의 성공을 이끈 공로로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총동창회가 주최한 제2회 창의적인 서울법대인 시상식에서 상도 받았다.

이 회장은 한솥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아내인 조은미씨가 지분 20%를 들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20%는 HYH라는 이 회장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가 가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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