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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확보 움직임, 현정은 지분 방어 총력전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3-04-11 14: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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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쉰들러와 소송에서 진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 회장은 손해배상금 변제를 위해 현대무벡스 지분으로 대물변제를 하기로 했지만 아직 갚아야 할 금액이 남아있다. 이를 지렛대로 쉰들러가 현대엘리비에터 경영권을 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 회장은 주식담보대출로 현금을 마련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
 
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확보 움직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719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현정은</a> 지분 방어 총력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1일 법조계와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쉰들러홀딩스(쉰들러)가 현 회장 재산에 관한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5일 쉰들러 측 법률대리인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에 대한 집행문 부여를 대법원에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내용증명 등의 방식을 통해 자발적으로 빚을 갚도록 합의하는 일이 일반적인데 강제집행 신청은 이례적이다.

쉰들러가 집행문을 받으면 현 회장의 재산을 압류하고 매각할 수 있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린 움직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국적 승강기회사인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3월30일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 회장은 패소가 확정돼 이자를 포함해 2700억 원 안팎의 돈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하게 됐다. 

현 회장은 1천억 원의 선수금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이미 지급했고 법원에 200억 원을 공탁했다. 추가로 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기업인 현대무벡스의 주식 2475만463주(863억 원)를 대물변제하기로 했지만 갚을 돈이 600억~800억 원가량 더 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쉰들러 측이 현 회장의 재산 강제집행문 부여를 대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현 회장은 남은 배상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현 회장 측이 보유한 1084만6030주에서 778만8572주가 주식 담보로 잡혔다. 이는 보유주식의 71.8%로 지난 3월31일 공시한 60.1%(652만2764주)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현 회장측이 대출받은 금액은 1651억 원가량으로 지난 3월31일 공시된 금액보다 232억 원가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자율도 5.039%에서 5.075%로 0.036%포인트 높아졌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현 회장은 해마다 84억 원 규모의 이자를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현 회장은 2022년 기준 보수로 현대엘리베이터에서 29억8100만 원, 현대무벡스로부터 9억600만 원, 현대아산에서 9억 원을 받았다. 배당을 보면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6억 원, 현대무벡스에서 7억4300만 원 규모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아산은 2022년 회계연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인 현대네트워크에서 현 회장의 보수 수준이나 배당을 알기 어렵지만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보면 세금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계열사에서 받은 금액으로 이자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평가금액의 최대 70%, 대출기간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를 고려하면 현 회장이 추가로 현금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 회장이 담보유지비율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주가 수준이 유지되는 일도 관건이다.

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을 보면 평균 담보유지비율은 140% 수준이다. 즉 1천만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계좌에 1400만 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엘레베이터의 시가총액은 1조4200억 원가량이다. 현 회장측 지분 26.57%를 고려하면 이 지분의 가치는 3800억 원 가량으로 대출금액과 비교한 담보유지배율은 230%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현재 주가에서 40% 이상 빠지지 않는다면 증권사에서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전 현대엘리베이터는 시가총액은 1조 원 안팎이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오른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현 회장이 지분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을 봐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요소를 찾기 어렵다. 요소 건설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에 더해 최근 주물 등 원재료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293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을 거뒀다. 이는 2021년보다 매출은 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6.7%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경영목표인 매출 1조8017억은 넘었지만 영업이익 1463억 원은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원재료값이 올랐지만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이 대물변제로 넘긴 현대무벡스 지분을 받아 지분율 53.13%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무벡스기 관계기업에서 연결 종속기업으로 바뀌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실적으로 잡히게 된다.

다만 현대무벡스의 기여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무백스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105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을 올렸다. 2020년 매출 1975억 원, 영업이익 166억 원을 기록한 뒤 실적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주도권을 쥐게 된 쉰들러는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 회장의 지배력 약화를 고려해 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면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 

쉰들러는 2022년 말 기준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5%를 쥔 1대 주주다. 현 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네트워크 등을 포함해 우호지분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현 회장 측은 현대네트워크(10.6%), 현정은 회장(7.8%), 김문희(5.5%), 임당장학문화재단(1.4%), 정지이(0.33%), 친인척 및 기타관계자(0.3%) 등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6.57%를 소유하고 있다. 

정지이씨는 현정은 회장의 장녀로 현대무벡스의 아시아지역총괄 전무를 맡고 있다. 김문희씨는 현 회장의 어머니다. 

외부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하지만 5%룰 위반으로 실패하자 쉰들러에게 지분 25.5%를 넘겼다. 5%룰이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자의 지분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당시 KCC는 이 규정을 어겨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분 강제 처분명령을 받았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를 수차례 실시했지만 쉰들러는 보유현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운전자본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현대그룹을 위한 결정이라며 참여하지 않아 현재 지분율이 15.5%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현 회장 측은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지이 전무는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500주(약 5천만 원)를 장내 매수했다. 정 전무는 지난해 10월 8천 주, 12월 3715주 등 조금씩 보유 주식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지분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배상금 지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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