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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국시장 수익성 개선, 이익체력으로 전기차 판매 악재 넘는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04-07 16: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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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키운 이익체력은 '제값 받기'가 만만치 않은 미국 내 상업용 판매를 늘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지키는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미국시장 수익성 개선, 이익체력으로 전기차 판매 악재 넘는다
▲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이어가고 있는 최대실적 기조는 '제값 받기'가 힘든 상업용 판매를 늘려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상업용 판매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낮은 인센티브(판매장려금),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이익체력을 크게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포함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19만8218대, 기아는 18만4136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각각 15.6%, 21.8% 늘었다.

두 회사 모두 역대 1분기 최다 판매실적이다. 미국에서 지난달까지 현대차는 5개월, 기아는 8개월 연속으로 역대 월간 단위 판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량을 늘리면서도 미국에서 딜러에 제공하는 인센티브(판매장려금)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미국 자동차시장 평균 인센티브는 1529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인센티브는 각각 1083원, 755달러를 보였다.

환율도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75원으로 2022년 1분기보다 70원이 올랐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출 기업에 있어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폭만큼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환율 상승은 기아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물량 호조에 더불어 미국 판매 가격은 오르는 반면 인센티브(판매장려금)은 떨어져 단단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 역시 기아와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에서 이익체력 상승은 현지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990만 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됨에 따라 대부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을 내년 이내로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동시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앞으로 1년여 기간 동안 리스와 플릿(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업체 등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 판매 비중을 지난해 한자릿 수(현대차 5%, 기아 10%) 수준에서 30%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 상업용 전기차에 리스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IRA 관련 추가지침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도 법인이나 렌터카, 리스회사 등에 판매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플릿 판매는 개인 고객이 아니라 법인, 렌터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속성 상 '제값받기'가 힘들다. 더욱이 중고차 시장에 차량이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브랜드 차량의 잔존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에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플릿판매 채널을 수익성을 내주고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활용해왔다. 현대차그룹 역시 최근까지는 판매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플릿 채널 비중을 한자릿수 이하로 유지하는 글로벌 정책을 펼쳐왔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 3위에 오르며 성장 초기 단계인 전기차시장에서 점유율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1천만 원 가까운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경쟁력을 잃게 생긴 상황에서 플릿 판매 채널은 잡지 않을 수 없는 '동앗줄'이 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단단히 키워온 이익체력은 플릿 판매로 전기차 점유율 방어 전략을 펼치는데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얼어붙었던 미국 렌터카 업계의 신차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는 점은 현대차그룹이 단기적으로 플릿 확대를 통해 판매량을 늘리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월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는 112만1774대로 지난해 3월보다 5.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플릿판매는 같은 기간 27.7% 증가한 22만5200대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렌터카 등 임대용 차량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46% 증가한 11만1075대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출장·여행 등 이동이 제한되면서 영업용 차량 구매를 꺼렸던 미국 렌터카 업계가 여행수요 회복에 발맞춰 신차 구매를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플릿 판매는 2019년 320만 대에 달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70만 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올해 2022년보다 48% 증가한 251만 대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소매 판매 전망치가 3%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미국 플릿판매는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전기차만 따로 보면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5%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25% 늘었지만 기아 판매량이 31.1% 크게 준 영향을 받았다.

차종별로는 1분기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현대차 아이오닉5가 1년 전보다 8%, 기아 EV6가 35% 전년 동기 대비 덜 팔렸다.

현대차그룹은 2분기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 및 플릿판매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려 판매량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아 관계자는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자동차 시장은 1분기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져 플릿 대응을 자제했다"며 "2분기부터 플릿 판매에 주력해 전기차 판매의 30%까지는 플릿으로 커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미국에서 올해 현대차가 7만3천 대, 기아가 5만8400대의 전기차를 팔아 지난해보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실적을 2배 넘게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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