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인텔보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반도체기업 지원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텔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가 논평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인텔과 같은 미국 반도체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도를 두고 있지만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 등 해외 경쟁사를 따라잡는 데 기여하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현지시각으로 6일 “미국 정부가 인텔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꿈은 결실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실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 고전하는 인텔이 미국의 지원 정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정부가 세금을 들여 인텔을 지원하는 목적과 효과가 모두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미국 내 생산 및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배경으로 중국과 무역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들었다.
중국이 대만에 지배력을 강화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면 이를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없는 미국이 주요 산업은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순수하게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는 대부분 개발된 지 10~15년이 지난 제품이라며 이런 이유에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인텔과 같은 미국 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사실상 선제적으로 확보한 반면 SK하이닉스와 같은 해외 기업이 수혜를 기대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결국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자국 공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수백억 달러의 세금이 투입되는 반도체 지원 법안의 기대효과는 세계에서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약 4%포인트 높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은 특히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설비를 다수 설립해 파운드리 업계에서 상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인텔이 모든 자금여력을 소진하게 될 2030년까지 투자를 지속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TSMC 등 상위 경쟁사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의 주요 고객사를 빼앗아올 만큼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기술 발전 속도도 늦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결국 미국 정부가 인텔과 같은 자국 기업을 통해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에서 자급체제 구축을 노리는 일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전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반도체 완제품 생산량만을 중요한 기준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와 설계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의 절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정책은 이런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점이 비판을 받았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 기업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반도체기업에 예산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러한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투자와 관련한 비용 부담을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통해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많은 약점을 보이고 있는 인텔을 되살리는 것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일이 오히려 미국을 세계 반도체 리더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인텔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지배력을 되찾는 일은 장기간에 걸친 도박에 가깝다”며 “인텔이 반도체 지원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해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