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BOE가 올해 폴더블 올레드패널 출하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BOE 폴더블 패널을 탑재한 대만 에이수스의 태블릿PC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OE가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에 쓰이는 올레드패널 출하량을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로 중국 제조사 수요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지켜내지 못 한다면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사가 폴더블 제품을 출시할 때 수혜를 낙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5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BOE는 지난해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부진한 실적을 냈다.
2022년 연간 순이익은 75억 위안(약 1조43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71% 줄었다. 글로벌 IT시장 침체에 따른 디스플레이 출하량 감소가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BOE는 실적 발표행사를 통해 외형 성장으로 수익성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IT기기용 올레드패널 공급량을 대폭 늘려 매출과 순이익 반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올레드패널 출하량을 지난해 8천만 장에서 올해 1억2천만 장까지 늘리고 폴더블 올레드는 지난해 500만 장에서 올해 1천만 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수익성이 낮은 LCD보다 고부가 제품인 모바일 올레드패널에 집중해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BOE가 폴더블 올레드 출하량을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시장 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5%, 4분기는 82%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및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하는 만큼 폴더블 올레드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도 그만큼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2023년 상반기 삼성전자 점유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수요를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BOE가 중국 내수시장의 폴더블 올레드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도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결국 BOE가 올해 폴더블 올레드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일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업체로 지위를 굳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중국 화웨이 자회사 아너가 MWC2023에서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
삼성디스플레이는 LCD패널에 이어 중소형 올레드패널 분야에서도 BOE와 같은 중국 경쟁사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자 기술 격차를 확보한 폴더블 올레드에 성장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BOE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폴더블 올레드 기술력 및 생산 능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고 있는 만큼 기대한 수준의 성과를 올리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BOE는 연구개발에 들이는 금액도 올해 111억 위안(약 2조1170억 원)까지 늘리며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BOE의 가파른 성장은 애플이 수 년 안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의 출시 시기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 물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잇따라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하는 동안 폴더블 아이폰의 출시 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페이턴틀리애플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폴더블 아이폰과 관련한 기술 특허를 다수 취득하며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폴더블 올레드 등 핵심 부품의 공급 물량과 단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선보일 때 앞세운 전략을 고려한다면 폴더블 올레드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고 가격도 더 낮아져야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패널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따라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BOE의 공급 비중이 예상보다 늘어난다면 수혜폭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BOE 패널을 활용하는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미국과 유럽 등 시장에서 삼성전자 폴더블 제품의 잠재 수요를 빼앗을 가능성도 삼성디스플레이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결국 BOE의 공격적인 폴더블 올레드 출하량 확대 계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다양한 변수를 안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요한 실적 기반인 일반 중소형 올레드패널도 중국의 공세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시노리서치는 중국의 올레드패널 출하량이 내년에 처음으로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