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해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생산능력과 수요를 함께 늘리는 수출 확대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곽재선 회장이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G모빌리티 비전 테크 데이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 < KG모빌리티 > |
[비즈니스포스트]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여럿 인수해 되살린 성과로 재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곽 회장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던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직접 대표이사까지 맡았는데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KG모빌리티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곽 회장은 해외 현지 조립생산 방식으로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해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생산능력과 수요를 함께 늘리는 수출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곽 회장은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KG모빌리티 '비전테크데이'를 열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곽 회장은 "자동차 시장에서 유럽과 같은 큰 시장도 있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작은 시장도 있다"며 "KG모빌리티의 능력에 맞게 해외 현지에 맞는 다변화된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차별화한 수출 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곽 회장은 "공장 생산능력(캐파)에 한계가 있는 만큼 큰 시장 진출은 어렵다"며 "CKD, SKD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 생산(KD)해 판매하는 방식을 펼치겠다는 것인데 이는 수출 부품의 분해 정도에 따라 CKD(완전 분해제품), SKD(반조립제품) 등으로 나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아 고율의 관세를 우회할 수 있는 현지 조립생산 방식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곽 회장은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동 권역에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곽 회장은 3월31일 베트남 푸타그룹 아래 킴롱모터와 현지 조립생산(KD) 및 생산설비 일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킴롱모터는 현재 베트남 중부 다낭 인근 산업단지에 KG모빌리티 전용 KD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KG모빌리티의 동남아지역 첫 생산 거점이다.
베트남의 관세율은 약 75%이며 동남아 권역은 관세율이 100%에 가까운 완성차 관세가 매겨지는 지역이다. 부품은 완성차보다 관세율이 낮아 현지 조립생산을 통해 관세 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7562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내년에는 베트남 KD 공장을 통해서만 2배에 달하는 1만5천 대를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2029년까지 수출물량을 6만 대로 늘려 누적 수출물량을 21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곽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점찍고 중동지역 수출 확대에도 나선다.
곽 회장은 지난달 KG모빌리티를 방문한 UAE의 종합상사 NGT 임원진을 만나 수출 전략과 회사 중장기 비전을 공유했다. 앞서 1월 KG모빌리티는 NGT와 수출 계약을 맺고 올해 7천 대를 시작으로 수출물량을 추후 1만 대 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NGT와 계약 물량 7천 대 역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 수출 실적(3819대)의 2배 가까운 수치다.
KG모빌리티는 올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조립생산을 시작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협력사 SNAM과 현지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SNAM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사업단지에 완성차 생산부지를 확보했다.
올해 1단계 사업을 위한 SKD 생산에 들어가고 그 뒤 2단계 사업을 위한 CKD 생산 공장 건설을 통해 생산량을 3만 대 수준까지 늘리는 방침을 추진한다.
KG모빌리티는 SNAM을 통해 앞으로 7년 동안 뉴 렉스턴 스포츠(칸) 9만 대, 렉스턴 7만9천 대 등 모두 16만9천 대를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곽 회장은 올해를 수출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권역에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마련해 수출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 회장은 최근 2023 서울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에서 "앞으로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로 전략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는 2022년에 전년보다 60% 증가한 4만5294대를 수출해 지난 2016년(5만2290대) 이후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크게 높다.
현대차와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80% 이상을 해외에서 채웠는데 같은 기간 KG모빌리티의 수출 비중은 39.7%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4분기 신차 토레스의 내수 판매 호조와 기존 차종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41억 원을 내며 24개 분기 만에 분기 단위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신차 토레스는 반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국내에서 2만2484대가 팔리며 KG모빌리티 지난해 전체 내수 판매의 32.7%를 책임졌다.
다만 KG모빌리티 생산능력과 내수 자동차 수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추가적 생산 거점과 새로운 시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곽 회장은 해외 신규 시장에 새로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생산능력과 수요 확대라는 2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곽 회장은 지난해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쌍용차를 인수한 뒤 신차 토레스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9월 쌍용차 대표이사로 직접 지휘봉을 잡은 곽 회장은 그 해 11월 기업회생절차를 마치며 토레스의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하며 분기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곽 회장은 그동안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알짜기업으로 돌려세운 사례가 많아 기업 인수합병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려왔다.
대표적으로 곽 회장은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동부제철(현 KG스틸)을 2019년 6월 인수한 뒤 1년 만인 2020년 영업이익 854억 원을 거두며 흑자로 돌려세운 바 있다.
2003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인수해 6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곽 회장이 틈새를 노린 수출 확대 전략을 펼쳐 KG모빌리티의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고 또 한 번 미다스의 손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과 UAE,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2029년에는 이들 지역에서만 약 10만 대의 수출 실적을 올리게 된다.
이는 지난해 KG모빌리티의 전체 수출 실적인 4만5294대의 2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곽 회장은 "아직 시장은 많이 있다"며 "앞으로도 세상 속으로 뻗어나가는 KG모빌리티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