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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CJENM 안준영 PD 슬그머니 복귀, 프로듀스 조작 사과 잊었나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3-04-04 15: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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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모든 이들이 받은 상처와 실망감을 생각하면 그 어떤 조치도 충분하지 않을 줄로 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2019년 12월30일 허민회 당시 CJENM 대표이사는 '프로듀스 투표조작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기자의눈] CJENM 안준영 PD 슬그머니 복귀, 프로듀스 조작 사과 잊었나
▲ '프로듀스 투표조작' 사태의 핵심 관계자인 안준영 전 엠넷 피디가 CJENM에 복귀하면서 K팝 팬들에게는 다시 한 번 상처를 남기고 있다. 사진은 허민회 당시 CJENM 대표이사가 2019년 12월30일 해당 사태와 관련한 사과를 발표하면서 기자회견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지금 CJENM이 보여준 처사는 K팝 팬들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다시 한번 상처를 남기고 있다.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안준영 전 엠넷 피디가 CJENM에 복귀한 것이다.

안 피디는 슈퍼스타K 시즌2부터 프로듀스 시리즈까지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유행시키며 K콘텐츠업계의 대표적인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다가 스스로 몰락한 인물이다.
 
법의 심판은 끝이 났지만 안 피디가 남긴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CJENM이 슬그머니 그를 엠넷에 복귀시킨 것은 당시 사태와 관련한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안 피디의 솜씨에는 한 때 ‘악마의 편집’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이후 그의 조작 행위가 밝혀지면서 이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됐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다수의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 여러 미션을 수행하고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를 거쳐 아이돌 그룹 데뷔멤버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자신의 입맞에 맞춰 투표 결과를 조작했는데 이는 참가 연습생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가 행한 조작은 K팝 스타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아낸 연습생에 대한 배신이자 유료 문자투표를 통해 응원하던 연습생을 밀어준 K팝 팬들에 대한 기망이었다. CJENM뿐 아니라 K팝 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안긴 것은 물론이다.

안 피디의 복귀는 CJENM이 프로듀스 투표 조작사건 수사과정에서 보여줬던 태도와도 들어맞지 않는다.  

투표조작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CJENM은 해당 사태를 개인적 일탈로 규정했다. 과거 CJENM의 말대로라면 안 피디와 조작가담인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모자랄 판에 그들을 다시 기용한 것이다.

안 피디의 복귀는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안 피디와 함께 투표조작에 가담했던 김용범 책임피디는 2021년 7월 만기 출소 이후 이듬해 CJENM 글로벌 뮤직 태스크포스로 소속을 바꿔 복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잠잠했던 ‘꼬리 자르기’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안 피디가 법적 책임을 짊어지는 대가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는데 그의 복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피디의 태도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2021년 11월 만기출소 했는데 이번 재입사 과정에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 최소한 복귀를 염두에 뒀더라면 자신이 상처를 입힌 연습생과 시청자를 향한 사과문을 내놨어야 마땅하다. 

CJENM 주식 투자자들도 관련 종목 게시판에 안 피디의 복귀 소식 관련 우려와 비난의 글을 올리고 있다. 

과거 CJENM의 주주들이 프로듀스 투표조작 사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019년 11월 CJENM 목표주가를 하향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2019년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영향도 있었지만 프로듀스 투표조작 의혹이 CJENM의 향후 실적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CJENM은 2020년 1월 KC비바체 투자조합을 결성해 250억 원을 내놓는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CJENM으로서는 안 피디의 재능이 탐날 수도 있다.  

안 피디는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아이돌 팬 위주의 엠넷의 시청자 구성을 확대시키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이 검증된 인물이다. 

지난해 CJ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수익성이 악화를 겪었다. 소속 예능 피디들이 줄지어 퇴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CJENM으로서 안 피디 복귀를 추진할 유인이 있다.

하지만 안 피디의 복귀는 시청자와 신뢰를 깨는 문제이다. 안 피디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인물인지 의문이 남는다. 혹시나 논란의 인물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겠다는 계산이라면 관련 피해자들에게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 된다.

어느 누구라도 한 번의 잘못으로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용서가 전제돼야 하고 또 정정당당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은 오디션 프로의 재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이다. 안 피디가 과거 자신의 입맛에 맞춰 오디션 프로의 본질을 저버렸다는 것을 시청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허민회 전 CJENM 대표이사는 사과 발표 당시 "잘못인 줄 알면서도 관행처럼 하고 있는 일이 없는지 시청률만 쫓다가 기본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CJENM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또 관행처럼 안 피디를 복귀시킨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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