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철소 등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만든 향수가 나왔다.
현지시각 4일 패션잡지 보그(Vogue) 계열 패션산업 전문지 보그비즈니스에 따르면 구찌는 최근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만든 최신 향수 ‘웨얼 마이 하트 비츠(Where my Heart Beats)’를 내놨다.
▲ 구찌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생산한 알코올만을 사용한 향수 'Where my Heart Beats(사진)'을 출시했다. <코티 보도자료> |
구찌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 코티에 따르면 탄소포집 기술을 통해 나온 알코올만을 100% 사용한 향수는 이번 구찌의 제품이 세계 최초다.
코티는 2021년 3월 미국의 탄소포집 기술기업 란자테크와 협력관계를 맺고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한 알코올 생산을 진행해왔다.
란자테크는 제철소 등 산업 시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물 등을 결합해 에탄올(에틸알코올)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티는 2022년 1월부터 탄소 포집 기술로 만든 알코올을 활용한 향수 생산을 시작했다. 특히 최근 구찌가 내놓은 향수는 100% 포획된 탄소를 통한 알코올이 원료로 사용됐다.
현재 향수는 사탕수수나 사탕무 등의 원료에서 나오는 알코올을 대부분 사용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에틸알코올 생산을 위한 사탕수수 재배는 부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벌채가 필요해 생태계를 위협하는 산업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코티는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한 알코올 생산이 기존보다 더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코티는 란자테크의 2022년 9월 탄소 포집 알코올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했다.
이 평가에서 코티는 란자테크의 탄소 포집 알코올이 전통적 알코올 생산 방법과 비교해 물과 농지를 적게 사용해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소 포집 알코올로 향수를 만드는 것이 탄소 배출 감축의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결국 공기 중으로 탄소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친환경기술벤처 투자기업 세이퍼메이드의 공동창업자 마틴 멀빈힐은 “탄소를 알코올로 전환하고 소비자 제품에 다시 넣는 것은 장기적 탄소 완화 전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종류의 노력들은 탄소 포집 필요성의 인식을 높이고 앞으로 몇 년 동안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멀빈힐은 덧붙였다.
코티의 최고 과학 및 지속가능성책임자인 시메이 팬은 “탄소 포집 알코올은 향수에 사용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다”며 “우리는 고급 향수에 사용하기 위해 배출된 탄소를 재활용하는 일을 가능하다고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